“고즈넉한 사찰, 호반의 여유”…김천에서 마주한 초가을의 단순한 평온
요즘 김천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이름만 아는 고장이었지만, 지금은 선선한 가을 초입의 감성과 자연 산책의 일상이 됐다.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바쁘게 흐르는 삶에서 한 템포를 늦추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실제로 9월 초의 김천은 하루 최고 28도, 아침이면 19도를 오가는 선선한 날씨다. 무겁지 않은 습기와 흐린 하늘, 한층 부드러워진 햇살이 덮인 이 도시는 야외 활동에 제격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SNS에는 직지사의 고요한 숲길부터 부항댐출렁다리와 연화지의 저녁 노을빛을 사진으로 남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이는 “사찰에 울려 퍼지는 풍경 소리와 숲 내음이 서울에선 느낄 수 없는 평온을 건넨다”고, 또 다른 이는 “잔잔한 호수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마음이 천천히 정리된다”고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와 각 지역 관광 안내소 통계에 따르면, 김천 주요 명소의 방문객 수는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특히 연령대별로 30대부터 50대까지 중장년층이 ‘가벼운 산책’, ‘풍경 속의 쉼’을 의식적으로 찾는 비율이 두드러졌다. 김천 직지사를 중심으로 트레킹 코스, 부항호 주변 산책길, 연화지 일대 카페 등이 함께 알려지면서 도시와 자연, 두 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관광심리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일상 회복형 소도시 여행’이라 부른다. 익명의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대도시의 휴식은 언제나 번잡하고, 위로도 소비와 자극 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천처럼 군더더기 없는 자연과 오래된 문화를 품은 곳에서는 비로소 일상에 꼭 필요한 소박함, 고요한 자기만의 시간을 되찾게 된다”고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김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댐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연화지에서 우연히 해질 무렵 노을을 봤는데,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딱 좋은 곳” 같은 글이 잇따른다. 바쁜 여행지보다 한적한 산책에 끌리는 이들, 이제는 도시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다독이는 방법에 눈을 뜬 셈이다.
그러니까, 김천의 직지사와 연화지, 그리고 부항댐출렁다리는 단지 경상북도의 명소가 아니라, 각자의 일상에 작은 평온과 쉼표를 더하는 장소가 돼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