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서비스에 자율형 AI 도입…NIA, 민관 협력 로드맵 모색
공공 행정서비스에 자율형 인공지능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본격 도입하기 위한 민관 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NIA가 국내 주요 AI 기업들과 공공 부문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단순한 업무 효율 개선을 넘어 행정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공공분야 AI 도입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제 현장 적용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IA는 4일 AI 거브테크 이노베이션 포럼을 열고 LG CNS, 삼성SDS, 네이버클라우드 등 국내 주요 AI 기업과 공공분야 AI 전환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각사가 보유한 AI 기술과 실제 현장 적용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공 행정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모델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럼의 핵심은 생성형 AI와 자율형 AI를 활용해 공공업무 자동화와 민원 서비스 고도화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참여 기업들은 공공과 민간 현장에서 이미 검증된 서비스를 기반으로 공공부문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특히 문서 작성, 보고서 정리, 민원 응대 등 반복적 행정업무를 AI가 처리하고, 공무원은 정책 기획과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구조 전환이 주요 방향으로 제시됐다.
LG CNS는 자율형 AI 시대를 전제로 공공조직 업무 효율의 패러다임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자율형 AI는 인간의 지시 없이도 일정 범위 내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AI를 의미한다. LG CNS는 이 기술을 활용해 공공기관의 대량 문서 처리, 규정 검토, 민원 분류 등 기존에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업무를 대폭 자동화하고, 행정 처리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시연했다.
한글과컴퓨터는 AI로 확장하는 비즈니스와 문서 데이터 활용 전략을 제시했다. 자연어처리와 문서 이해 기술을 결합해 대규모 행정문서에서 핵심 정보를 자동 추출하고, 정책 자료와 회의록을 요약하는 기능 등이 소개됐다. SK AX는 공공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기 위한 준비 과제와 함께, AI 전환을 가속화하는 도구를 발표해 실제 도입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삼성SDS는 생성형 AI 기반 공공서비스 혁신 전략과 함께 자사 플랫폼 패브릭스를 활용한 적용 방안을 공유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새로 만들어내는 기술로, 민원 답변 초안 작성, 공문서 초안 생성, 정책 홍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삼성SDS는 공공에 특화된 언어 모델과 보안 아키텍처를 결합해, 민감한 행정 데이터를 외부 유출 없이 학습하고 활용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초거대 AI 시대의 K Cloud 전략을 발표하며,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서 공공용 대규모 AI 모델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데이터 주권과 보안 규제에 민감한 공공부문 특성을 고려해, 국내 데이터센터 기반의 초거대 AI 서비스 아키텍처를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투비유니콘은 재난 현장에서 자율 임무를 수행하는 AI 드론을 소개하며, 긴급구조와 재난 대응 영역에서의 공공 AI 활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공공 AI 전환의 시작을 주제로 자사 AI 기술을 활용한 공공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 언어 모델과 검색 기술을 기반으로 정책 정보 검색, 행정자료 질의응답, 지역별 맞춤형 안내 서비스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서비스를 강조했다. 포티투마루는 자율형 AI 시대의 공공 AI 전환 전략을, 와이즈넛은 AI 에이전트 기반 전환 전략과 도입 사례를 발표하며, 공공업무 전 영역에서 AI를 에이전트 형태로 배치하는 로드맵을 제안했다.
기술적으로는 생성형 AI와 자율형 AI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이 공공부문 도입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행정 데이터를 학습해 문서 초안 작성과 질의응답을 담당하고, 자율형 AI 에이전트는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해 순차적으로 업무를 실행하는 역할을 맡는 구조다. 기존 규칙 기반 자동화보다 유연성이 높고, 예외 상황 대응 능력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시장 측면에서 공공분야 AI 전환은 단일 프로젝트 수준을 넘어, 정부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될 수 있는 대형 수요로 평가된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장기 프로젝트와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고, 공공은 예산과 인력 제약 속에서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특히 재난 대응, 복지 행정, 규제 민원 처리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영역에서 AI 기반 서비스가 구축되면, 공공AI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하게도 공공부문 AI 도입 경쟁은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행정절차 간소화, 조세 행정, 사회보장 서비스에 AI를 적용하는 시범 사업이 늘고 있다. 한국은 민간의 AI 역량에 비해 공공 현장 적용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NIA가 주도하는 이번 포럼과 유사한 거버넌스를 통해 격차를 줄여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다만 공공분야 AI 확산에는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 알고리즘 편향 등 규제와 윤리 이슈가 동시에 제기된다. 공공 데이터는 민감도가 높고, 행정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AI 활용 단계에서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공공AI 도입 지침과 보안 가이드라인을 정교화하고, 식별 가능한 개인 정보는 비식별화와 암호화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경미 NIA 부원장은 공공에서 AI 활용은 정부 단독 과제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만드는 행정혁신의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발표된 9개 과제가 문서작성 자동화, 행정절차 간소화, 재난과 안전 분야의 지능형 대응 등 당면한 행정혁신 과제에 즉시 활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정책과 공공지원 체계를 설계하겠다고 밝히며, 기술 도입과 제도 정비를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공공부문 AI 프로젝트가 시범 사업 단계를 넘어, 전사적 도입과 표준화 단계로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공공이 AI 기반 업무 전환의 레퍼런스 시장 역할을 할 경우, 민간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술과 제도, 현장 수용성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공공 AI 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