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우리의 전략적 공간 위축 안 돼야"…조현, 양측과 협조 강조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둘러싸고 외교 라인이 다시 긴장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동북아 질서 불안을 우려하면서도 한국의 전략적 외교 공간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중일 관계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조현 장관은 26일 YTN 인터뷰에서 중국과 일본 간 갈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동북아시아 질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것이 우리의 전략적 외교 공간을 조금이라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양측과 잘 협조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최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 계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양자 외교를 소개하며 한중일 3국 공조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특히 요하네스버그에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중국과 일본 총리를 각각 면담하면서 한국 정부는 양쪽과 긴밀히 협력해 동북아 평화를 잘 유지·발전시키고 경제적 번영도 함께 추구하자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이른바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둘러싸고 거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조 장관 발언은 이 갈등이 군사·안보 이슈로 확전되지 않도록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현안으로 떠오른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관리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 측에 우리 우려를 전달했고, 중국 측도 이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대안을 제시했다"며 "우리가 이를 검토해서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해에서의 구조물 설치와 관련해 영해와 관할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일본과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안보 환경의 급변을 이유로 협력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조 장관은 "지금 국제정세가 워낙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어렵기 때문에 일본과 잘 지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문제나 잠재적 어려움이 있는데, 가급적 잘 관리하고 좋은 면을 발전시켜 나가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사 갈등과 안보 협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방향성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정세와 연계된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언급이 이어졌다. 조 장관은 "한국으로서는 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빨리 낮춰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낮춰진 긴장을 배경으로 평화를 어떻게 정착할 것인가에 대해 협의하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직접 협상을 촉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이 평화체제와 비핵화 프레임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장관은 또 G20 무대에서도 국제 질서 변화와 한국 외교의 방향을 언급했다. 미국 대통령이 G20 회의에 불참하면서 다자주의 약화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그는 "미국이 불참했지만, 내년 G20 정상회의를 미국이 주재하기로 결정했으니 불참이 G20 자체에 큰 악영향을 끼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일시적 불참에도 내년 의장국 역할을 계기로 G20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중동과 유라시아 지역을 향한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외교에 대해 조 장관은 후속 조치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튀르키예 등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언급하며 "정상회담 후속 조치 관련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협의체를 만드는 등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인프라·방산 등 양자 협력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외교 채널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부는 한중일 갈등 관리와 북미 대화 재개, G20 다자 외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복합 외교 환경에 직면해 있다. 외교부는 향후 한중·한일 고위급 협의와 북핵 관련 협의를 이어가며 동북아 긴장 완화와 경제 협력 확대를 병행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