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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리간드치료로 생존 2배”…플루빅토, 급여 논의에 쏠린 눈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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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리간드치료가 난치성 전립선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두 배 이상 연장하는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 시 예후가 좋다는 이유로 ‘착한 암’으로 불려 왔지만,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5년 이내에 남성호르몬 차단에도 반응하지 않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단계로 진행한다. 기존 호르몬·항암 치료 옵션이 소진된 말기 환자에게 생존과 삶의 질을 동시에 개선하는 새로운 축이 등장했지만, 고가 치료비와 비급여 구조가 맞물리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전립선암은 전립선 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현재 남성에게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발생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기준 신규 환자 수는 약 2만 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7.4퍼센트를 차지했고, 조만간 남성암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환자군은 60대 이상에 집중돼 있으며, 노년 인구 확대와 함께 의료·돌봄 시스템 전반의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 전반에는 여전히 전립선암을 ‘착한 암’으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조기 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국소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이 높고, 일부에서는 적극적 치료 없이 경과 관찰을 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행성 단계에서 환자가 마주하는 현실은 이 같은 인식과 거리가 멀다.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표준요법에 내성이 생겨 종양이 다시 자라고 전신으로 퍼지는 단계에 이르면 치료 전략이 급격히 제한된다.

 

전립선암 환자의 약 20퍼센트는 진단 후 5년 이내에 호르몬 차단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계에 도달한 환자 다수는 이미 호르몬 치료와 탁산 기반 항암제 같은 선행 요법을 모두 거친 상태다. 선택 가능한 추가 치료 옵션이 사실상 고갈돼 있고, 기존 약제를 반복 투여하더라도 종양 축소나 생존 연장 측면에서 기대할 만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고령 환자에서는 종양이 뼈로 번지는 과정에서 복합적인 합병증이 동반된다. 전립선암은 처음 진단받는 시점부터 뼈 전이가 관찰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질병이 진행할수록 병적 골절과 척수 압박, 극심한 골 통증 같은 심각한 골격계 합병증이 발생한다. 이들 합병증은 일상 활동 능력을 빠르게 떨어뜨리고 장기간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해 예후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의료 비용 부담을 크게 키운다.

 

고령층 특유의 동반질환과 전신 기능 저하는 공격적 항암치료를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심혈관 질환·당뇨·신장 기능 저하 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표준 용량의 항암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힘들고,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도 잦다. 관련 연구에서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1년을 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이 수치는 ‘착한 암’이라는 통념과 뚜렷이 대조된다. 업계 관계자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이 대중 인식과 달리 치료가 매우 까다로운 대표적 난치성 암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방사성리간드치료는 전통적인 방사선 치료와 표적 치료의 원리를 결합한 기술이다.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에 특정 암세포에 결합하는 리간드를 화학적으로 붙여 정맥으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리간드는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된 표적 분자를 찾아 결합하고, 여기에 실린 방사성 입자가 짧은 거리에서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 DNA를 파괴한다. 주변 정상 조직으로 확산되는 거리를 최소화해 표적 부위 중심으로 에너지를 집중하는 구조라 부작용을 줄이면서 항암 효과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기전 덕분에 방사성리간드치료는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암세포에 방사선을 정밀하게 전달할 수 있는 치료로 평가된다. 기존 전신 항암제에 비해 오심·탈모·골수억제 같은 전신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투약 간격도 길게 설계돼 고령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체력 저하와 동반질환으로 전통적인 세포독성 항암요법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환자군에서 방사성리간드치료가 새로운 선택지 역할을 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방사성리간드치료는 이미 신경내분비종양 영역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 희귀암인 신경내분비종양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는 2020년 국내외 허가를 받으며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어 전립선암 분야에서 노바티스가 개발한 플루빅토가 의미 있는 성과를 제시하며 기술 잠재력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플루빅토는 전립선특이막항원에 결합하는 리간드를 이용해 전립선암 세포 표면을 겨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플루빅토를 활용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기존 치료 이력을 가진 말기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재발 또는 사망까지 걸리는 기간을 3.4개월에서 8.7개월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사망까지의 기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또한 골격 관련 증상이나 사망에 이를 위험도 50퍼센트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뼈 전이로 인한 통증과 골절, 척수 압박 발생 시점을 늦춤으로써 환자가 스스로 보행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연장된다는 의미다.

 

치료 효과는 단순한 생존 기간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고령의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들은 통증으로 인해 야간 수면과 이동, 배뇨 등 기본적인 생활 기능에도 큰 제약을 받는다. 방사성리간드치료가 뼈 통증 경감을 돕고 골합병증을 지연시키면, 실제로는 남은 생애 동안 타인의 전적인 도움 없이 지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측면에서 방사성리간드치료가 생존 연장과 삶의 질 유지라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겨냥한 치료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진료 현장에서 플루빅토를 비롯한 전립선암 방사성리간드치료는 아직 비급여 상태에 머물러 있다. 플루빅토는 글로벌 혁신 제품 신속심사 제도인 GIFT의 6호 약제로 지정돼 도입 과정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고, 심사 개시 후 약 10개월 만에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희귀·난치 영역에서 신속하게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상당수 환자는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비용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제한된 인원만이 약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질환 특성과 임상적 시급성을 고려하면 급여 논의가 더 이상 늦춰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은 평균 생존 기간이 짧고, 환자 대다수가 고령에 기저질환을 동반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다. 다른 항암옵션이 소진된 마지막 단계에서 방사성리간드치료가 유일한 대안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치료비 전액을 환자와 가족이 부담하도록 두는 것은 실질적인 치료 접근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질환의 진행 속도와 환자군 특성, 기존 치료 환경에서 확인된 임상 성과를 종합하면 플루빅토와 같은 방사성리간드치료제에 대한 급여 적용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의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확보하려면 임상 근거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속도감 있는 급여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방사성리간드치료가 실제 시장에서 안착하고 환자 치료 패턴을 바꿀 수 있을지 향후 건강보험심사 과정과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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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빅토#전립선암#r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