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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무원만 점수 후하게"…감사원, 순천시 기간제 채용 비리 적발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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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채용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과 감사원이 맞붙었다. 감사원이 전남 순천시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과정에서 퇴직 공무원들을 겨냥한 부당 선발 정황을 확인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인사 관행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25일 감찰정보 등 공직비리 점검 감사보고서를 통해 순천시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의 기간제 근로자 채용,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 선정 과정에서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는 박람회 기간 지역 광장 주변의 질서유지와 잔디관리를 명목으로 관리단을 구성했다. 당시 순천시 소속으로 조직위에 파견된 일부 직원들은 정해진 채용 공고와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순천시 퇴직 공무원 21명을 조직위 직원으로 선발하도록 조치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보다 앞선 채용 과정에서 절차상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은 "채용 공고와 서류·면접 심사 등을 통해 지원자를 경쟁시키는 일반적인 절차와 달리, 특정 퇴직 공무원을 지목해 조직위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판단했다.

 

2024년 2월 순천시는 박람회 이후에도 광장 질서 유지와 시설 관리를 위해 직접 기간제 근로자를 선발했다. 그러나 이때도 관리단 출신을 포함한 순천시 퇴직 공무원 20명만을 채용 대상으로 삼았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고 적시했다.

 

특히 퇴직 공무원이 아닌 일반 지원자에게 서류심사 점수를 부당하게 낮게 부여하고, 면접시험에서는 순천시 근무 경력을 집중적으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특정 집단에게 유리한 평가를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사실상 퇴직 공무원 출신을 우선 채용하기 위한 맞춤형 심사가 이뤄졌다는 취지다.

 

감사원은 순천시에 박람회 조직위에서 퇴직 공무원을 특정해 채용한 공무원 A씨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앞으로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조직 내에서 인사·채용 절차를 재점검하라는 취지다.

 

감사원 점검은 순천만잡월드 위탁운영사 선정 과정으로도 확대됐다. 감사원은 순천시가 위탁운영사 선정 당시 특정 업체를 배제하려 하거나,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에 대해 객관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점수를 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평가위원 점수 부여 과정 등에서 형평성이 무너졌다는 판단이다.

 

감사원은 잡월드 위탁운영사 선정과 관련된 공무원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지방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시설 위탁 선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되면 행정에 대한 시민 신뢰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퇴직 공무원 재고용, 위탁사업 특혜 의혹이 반복 제기되는 가운데 감사원의 이번 지적은 타 지자체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기간제 근로자 채용 지침과 공공위탁 선정 절차 전반을 점검할 것으로 보이며, 지방의회와 지역 정치권도 관련 제도 보완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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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순천시#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