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레이더로 최신 회차 당일 유출 80퍼센트 줄여 산업 보호
웹툰 불법 유통을 겨냥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며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수익 구조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자체 개발한 불법 유통 차단 기술 툰레이더를 고도화한 뒤, 최신 회차가 올라온 당일 바로 불법 사이트에 복제되는 비율을 크게 낮추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웹툰뿐 아니라 영상, 게임 등 온라인 콘텐츠 보호 기술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의 최신 효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18일 공개하고, 올해 상반기부터 도입해 온 기술 고도화 전략과 수치를 상세히 제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한국어 플랫폼에서 불법 유출을 시도하는 계정당 평균 대여 유료 회차 수는 지난 6월 대비 절반기가 지나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불법 운영자가 동일한 양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계정 수와 비용이 10배 이상 늘어났다는 의미다.

툰레이더는 도용 계정 단속, 조작된 자동화 접근 탐지, 비정상 행동 패턴 감지 기술을 결합한 종합 보안 플랫폼으로 설명된다. 계정 도용 단속 기술은 도난 계정의 로그인 패턴, 접속 환경, 결제 이력 등을 분석해 정상 사용 가능성이 낮은 계정을 선별하고, 추가 인증이나 이용 제한을 거는 방식이다. 조작된 자동화 접근 탐지 기술은 사람이 직접 이용하는 것과는 다른 속도, 클릭 패턴, 접근 간격을 보이는 스크립트나 봇을 찾아내 차단한다. 비정상 행동 패턴 감지 기술은 짧은 시간 안에 다량 회차를 대여하고 캡처 또는 추출하는 행위를 감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기술은 불법 복제량 자체 축소뿐 아니라 유출 시점 지연에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인기 상위 50개 작품을 추려 불법 사이트에 올라간 최신 회차와 공식 플랫폼에 게시된 최신 회차 사이 회차 간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초 대비 연말 기준으로 회차 차이가 약 3배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사이트 입장에서는 동일 시점에 제공하던 최신 회차를 이제는 몇 회차 뒤처진 상태로 올리게 된 셈이다.
웹툰 산업 구조상 최신 유료 회차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되는데, 불법 사이트가 이 무료 전환 시점 이후에야 회차를 확보한다면 유료 수익에 끼치는 타격이 크게 줄어든다. 네이버웹툰은 최신 회차의 불법 유출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작가와 플랫폼 수익 보호의 핵심이라고 보고 툰레이더 고도화를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량 지표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공식 플랫폼에 최신 회차가 게시된 당일, 곧바로 불법 사이트로 복제되던 작품 수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월평균과 비교해 지난달 기준 약 80퍼센트 줄었다. 당일 유출 비율이 낮아지면 불법 사이트 이용자의 체감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고, 합법 플랫폼으로 이동할 유인이 커진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툰레이더 효과는 불법 사이트의 외부 트래픽 변화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네이버웹툰은 데이터 분석 플랫폼 시밀러웹 집계를 인용해, 국내에서 가장 큰 불법 웹툰 사이트의 올해 9월 이후 월간 방문 평균 트래픽이 상반기 평균 대비 약 33퍼센트 감소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인과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최신 인기 회차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가 이용자 이탈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정보 기술 측면에서 보면 툰레이더는 계정 보안, 트래픽 분석, 행위 기반 이상 탐지를 아우르는 복합 시스템이다. 네이버웹툰은 인공지능 조직 산하에 툰레이더 연구 개발 전담 팀을 두고 기계 학습 기반 탐지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특정 계정이 대량 회차를 짧은 시간에 대여하거나, 동일 IP 대역에서 다수 계정이 유사 패턴으로 접속하는 행위, 혹은 비정상적인 스크롤, 화면 전환 패턴을 AI가 학습해 위험도를 점수화하는 구조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로 보면 영상 스트리밍, 음악,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는 이미 콘텐츠 보안 기술 경쟁이 일상화됐다. 워터마크 삽입, DRM 기반 암호화, 세션 단위 접근 제어, 행동 분석 기반 탐지 등은 널리 쓰이는 도구다. 웹툰은 이미지 기반 콘텐츠 특성상 캡처나 화면 기록으로도 손쉽게 유출될 수 있어, 계정·행동 단위의 선제적 차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네이버웹툰 사례는 이런 특수성을 반영해 불법 복제 난이도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린 국내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보안 기술 고도화와 함께 이용자 경험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 균형도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계정 도용 탐지를 위해 수집하는 접속 기록과 기기 정보, 행동 데이터는 개인정보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이 데이터 활용의 기본 틀을 규정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은 이용자 동의 범위 안에서 데이터 분석과 보안 적용을 병행해야 한다. 지나친 오탐지로 정상 이용자가 제재 대상이 될 경우, 차별적 서비스나 계약 위반 논란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콘텐츠 산업 차원에서는 불법 유통 감소가 창작자와 플랫폼의 수익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불법 사이트로 빠져나가던 수요가 합법 유료 결제나 광고 기반 무료 모델로 회귀하면, 신규 작품 투자와 글로벌 진출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불법 사이트가 해외 서버 이전, 암호화폐 기반 결제 등으로 대응에 나설 경우, 기술 방어와 법적 대응 간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네이버웹툰은 툰레이더 연구 개발 조직과 별도로 불법 웹툰 대응 전담 조직 안티파이러시를 운영하며 기술, 모니터링, 법적 조치를 결합한 복합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단기적인 숫자 개선에 그칠지, 장기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보안의 레퍼런스 모델로 자리 잡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