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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과천”…도심 속 자연이 주는 힐링의 순간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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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과천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그저 서울 근교의 조용한 소도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과 쉼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사소한 선택 같지만, 그 안엔 달라진 도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깃들어 있다.

 

요즘 과천은 ‘도심 속 작은 여행’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13일 오후, 14.8℃의 선선한 기온과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는 과천에 한 겹 더 짙은 여백을 더한다. 관악산 기슭에 자리한 국립과천과학관은 아이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각종 천문우주·생명과학 체험 프로그램에서부터, 거대한 우주를 직접 경험하는 몰입형 전시까지, 어린이와 성인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 오는 날 실내 체험은 여행지에서 다른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부모들도 많다.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과학을 알아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감상이 이어진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과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과천

숲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펼쳐진다. 국내 최대 수준 규모답게, 코끼리·기린 등 세계 곳곳 동물들이 넓은 서식지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비에 젖은 나뭇잎과 푸릇하게 돋은 식물들 사이로 동물이 움직이는 풍경을 바라보는 경험은 건조한 일상의 틈에서 만나는 특별한 선물이다. “맑은 날도 좋지만, 비 오는 숲길은 조용하고 새로운 감각을 선사해 준다”는 후기처럼, 날씨 덕분에 더 고요한 풍경이 완성된다.

 

관악산 정상 인근에 자리잡은 연주암은 바쁜 등산객과 시민들에게 아늑한 휴식처가 된다. 사찰을 감싼 고목과 깔끔하게 정돈된 마당, 잔잔한 산사의 바람… 비 내리는 날, 연주암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의 의미를 더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이후 ‘소도시 근교 여행’ 트렌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족 단위의 실내·야외 겸용 여행지 수요도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것이 여행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비 오는 날의 근교여행은 자연과 도시의 경계에서 일상을 새롭게 느끼게 한다’고 표현한다. 사람들은 일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어깨를 움츠리던 몸과 마음을 비와 숲, 빛과 소리에 맡기며 내면의 여유를 찾는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비가 오면 괜히 여행이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과천에서 맞는 비는 내 마음을 천천히 식혀준다”거나 “사람이 적어 오히려 더 여유롭다”는 글이 종종 눈에 띈다. 어느새 ‘비 오는 날의 과천’이야말로 가장 느긋한 여행지라는 공감도 퍼진다.

 

작고 소소한 근교 여행이지만,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느릿한 정취와 자연의 위로, 그것은 결국 바쁘게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힐링의 순간일 것이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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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국립과천과학관#서울대공원동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