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막지 말아달라”…쿠팡 청원 5만 명 동의→국회 상임위 심사
쿠팡의 새벽 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에 동의자가 5만 명을 넘기며, 심야 배송을 둘러싼 갈등이 국회 공식 논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맞벌이·육아 가정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은 새벽 배송을 두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소비자 편익, 택배기사들의 일할 권리가 첨예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8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청원인 최씨가 올린 ‘새벽 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은 전날 동의자 5만 명을 돌파해 상임위원회 자동 회부 기준을 충족했다. 국회 규정에 따라 공개 후 30일 이내 동의 5만 명을 넘긴 국민동의청원은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정식 심사를 받게 된다.

청원을 올린 최씨는 자신을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맞벌이 가정의 주부”라고 소개했다. 그는 “매일 늦은 퇴근과 육아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고, 가게들이 문을 닫은 늦은 밤에 아이들은 내일 학교에 가져가야 할 준비물을 이야기한다”며 “그럴 때마다 새벽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특히 저출산 현실을 언급하며 새벽 배송 금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인 현실에서 육아를, 일상생활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벽 배송 자체를 금지한다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절실한 해법은 새벽 배송 금지가 아닌 만큼, 국회와 정부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새벽 배송 논란은 택배 노동자의 근무시간과 건강권을 둘러싸고 본격화됐다. 지난 10월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는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첫 회의에서 자정부터 오전 5시를 ‘초심야시간’으로 규정하고 이 시간대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심야 노동이 수면권을 침해하고 만성 피로와 질환을 유발한다며,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택배업 현장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쿠팡 직고용 택배기사로 구성된 쿠팡노조와 일부 소비자단체는 ‘일할 권리’와 ‘소비자 편익’을 내세우며 초심야 배송 제한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심야·새벽 배송이 일정과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맞벌이·1인 가구 등에게는 시간 선택권을 넓혀 주는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소상공인 단체와 소비자단체도 새벽 배송 전면 금지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자영업자와 소비자, 물류업계 전반이 새벽 배송 서비스에 의존하는 현실을 들어 “새벽배송 금지가 자영업자와 소비자는 물론 물류 생태계 전반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들이 소속된 택배 영업점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반대 입장을 확인했다. CPA는 야간·새벽 배송에 참여하는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심야 시간 배송 제한을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CPA는 해당 수치를 근거로 “현장 기사 상당수가 심야 배송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결국 국회 상임위 심사에서는 택배노동자의 건강권과 근로시간 규제, 소비자 이용권과 서비스 선택권, 물류 산업 구조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함께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새벽 배송을 일괄 금지할지, 초심야 노동 강도를 낮추는 방식의 보완책을 마련할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회 상임위는 향후 청원 내용을 검토하고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한 뒤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사용자, 소비자단체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사회적 합의와 제도 설계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노동권·소비자권 논쟁은 당분간 국회와 사회 전반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