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들, 수익 내지만 거품 우려”…‘빅쇼트’ 버리, 파월 발언 겨냥한 경고 확산
현지시각 기준 24일, 미국(USA)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예측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심각한 거품 붕괴 위험이 있다고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을 정면으로 겨냥한 메시지로, 미국 금융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AI 자산 과열 논쟁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버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글을 올리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AI 관련 발언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발언을 직접 비교했다. 그는 “그린스펀은 2005년 ‘집값에 거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고, 파월은 ‘AI 기업들은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다. (2000년 닷컴버블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라고 했다”라고 적어, 과거 위기 국면 직전 발언과 현 상황의 유사성을 부각했다.

버리는 이런 비교를 통해 연준 수장의 낙관론이 반복될 때마다 뒤따른 거품 붕괴 사례를 상기시키며, 현재 AI 관련 자산 가격에도 상당한 조정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지만, 나는 돌아왔다”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견해를 담은 유료 뉴스레터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혀, 향후 보다 체계적인 시장 경고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버리는 과거 정보기술(IT) 거품 당시 경험도 소환했다. 그는 2000년 2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자신이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공매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소개했다. 버리는 당시 보도 이후 아마존 주가가 2001년 9월 저점까지 약 90% 추가 하락했다면서, 이 사례를 통해 2000년 IT 거품 붕괴를 예측했던 자신의 선행 경고가 결과적으로 현실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그린스펀 전 의장이 “집값에 거품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최근 파월 의장이 AI 거품론을 일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상황을 같은 선상에 놓고 해석했다. 버리는 이러한 연속된 사례들을 나열하면서 “현재 AI 자산에도 당시 주택시장과 IT 섹터에서 드러났던 거품 붕괴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논리를 강화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AI 관련 주식 과열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관련 기업들이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평가하며, 2000년 닷컴버블 시기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파월은 당시와 비교해 현재 AI 대표 기업들의 실적 기반과 사업 모델이 더 탄탄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거품론에 선을 긋는 태도를 취했다.
버리는 여기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셈이다. 그는 최근 AI 대표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와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Palantir)를 대상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AI 인프라 및 데이터 분석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급등해 온 이들 종목에 대해 “현재 주가 수준은 펀더멘털 대비 과열됐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발언과 포지션 공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버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확대에 베팅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며 이름을 알렸고, 이 과정은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 저서 ‘빅 쇼트’를 거쳐 동명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에도 시장의 대세와 반대로 움직인 그의 베팅이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지면서, 그가 내놓는 경고는 현재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주목도를 얻고 있다.
미국(USA) 주요 금융매체들은 버리의 이번 발언을 앞다퉈 전하며, AI 주도 랠리가 이어지는 뉴욕증시의 구조적 리스크를 재조명하고 있다. 일부 매체는 파월 의장의 “실제 수익” 발언이 2000년대 초반 연준의 닷컴버블 인식과 흡사한 정당화 프레임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하며, 연준이 또다시 자산 버블 형성에 대한 경고 신호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다만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쪽에서는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 주요 AI 수혜주가 대규모 투자와 수익 창출을 병행하고 있어 2000년대 초 기술기업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실적 성장 속도를 크게 상회하는 밸류에이션과 ‘AI 서사’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결합할 경우 특정 시점 이후 급격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버리의 공매도와 공개 발언을 계기로 AI 자산 거품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USA) 통화정책 방향과 기술주 중심의 시장 구조가 맞물린 상황에서, 연준 인식과 실물 수익, 그리고 투자자 기대 간 괴리가 확대될 경우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빅쇼트’로 상징되는 버리의 이번 경고가 또 한 번 위기 전조로 남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