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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금품수수·디올백 부실수사 정조준"…김건희 내달 4·11일, 윤석열 17일 소환 조율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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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고가 금품수수 의혹을 두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사법부 판단이 충돌했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를 내달 두 차례, 윤 전 대통령을 내달 중순 소환해 정면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굳혔고, 동시에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법원을 강하게 겨냥했다.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의 협의를 통해 김 여사의 소환 일정을 내달 4일과 11일, 윤 전 대통령의 소환 일정을 내달 17일로 조율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주 중 출석 일자를 공식 통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검 수사 기간이 내달 28일 종료되는 만큼 두 사람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대면조사가 될 전망이다.  

특검팀은 앞서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에게 각각 오는 24일과 26일 출석을 요구했으나, 두 사람은 재판 일정과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변호인단과 새로 합의된 일정인 만큼 특검은 이번에는 출석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여사가 최근 건강 악화를 호소하고 있는 점을 들어 남부구치소 방문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수사 초점은 김 여사의 고가 귀금속 수수 의혹으로 모아지고 있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사위 인사 청탁과 함께 고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2022년 3월에서 4월 사이에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공직 임명 청탁과 함께 약 190만원 상당의 금거북이를 수수했다는 의혹, 같은 해 9월에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로부터 사업 편의 제공을 대가로 약 5천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특검팀은 금품 수수 의혹에 더해 대통령 부부의 공적 행사 운영과 관련된 논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른바 종묘 차담회에서 국가 자산이 사적으로 활용됐다는 의혹, 윤 전 대통령과 해군 선상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 등도 조사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관련 일정을 통해 공적 지원과 예산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개인 친목과 선물 수수와의 연관성을 집중 분석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조사도 예고돼 있다. 그는 김 여사가 명태균씨로부터 약 2억7천만원어치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혐의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공범으로,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약 1억4천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제공받은 혐의와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사건의 공범으로 각각 지목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 공적 지위와 직무 사이 연관성이 있었는지 따로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과정에서는 사법부 판단을 둘러싼 특검의 노골적인 불만도 표출됐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의 구속영장이 전날 법원에서 기각된 데 대해 특검 내부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감지됐다. 김형근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최근 증거 인멸을 법정에서 인정한 피의자의 구속영장까지 잇따라 기각되고 있다며 수사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특검보는 수사 기간이 제한된 특검의 특성을 언급하며 도주와 증거 인멸, 은닉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수사 방해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용인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국가 사법 시스템을 겨냥한 도발 행위에는 관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사법절차를 통해 피의자들에게 보다 분명히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거 인멸 염려가 구속 여부 판단의 핵심 기준 가운데 하나인 만큼, 특검이 법원의 기각 사유에 정면으로 이견을 드러낸 셈이다.  

 

김진우씨는 전날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고 최은순씨가 운영한 요양원에서 발견된 경찰 인사 문건과 이배용 전 위원장의 당선 축하 편지를 자신이 없앴다고 시인했다. 특검은 이를 구속의 결정적 사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공흥지구 개발 사업과 연관된 국고손실 혐의의 증거를 추가로 인멸할 위험과 직접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전날 설명한 영장 기각 사유에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본건 혐의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김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이어가게 됐다. 특검과 법원 사이 판단 차가 벌어지면서 향후 관련 보강 수사와 재청구 여부도 향배를 가를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특검팀은 별도로 도주 지원 사건에 대해서도 칼날을 겨누고 있다. 지난 7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가 55일 만에 검거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코스닥 상장사 회장, 대부업체 대표 등 3명을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도피 중이던 이 부회장에게 데이터에그와 유심, 은신처를 제공하고 운전기사를 섭외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별장 등 7곳을 압수수색해 추가 단서를 확보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적정성도 특검의 핵심 점검 대상이다. 특검팀은 최근 대검찰청으로부터 1만쪽이 넘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 기록을 넘겨받고 면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2023년 11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 백을 받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 자료를 공개했고, 같은 해 12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담팀을 구성해 해당 사건을 조사한 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2024년 10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항고했고, 서울고등검찰청이 이를 기각하자 재항고해 사건은 대검으로 올라갔다. 이후 기록이 특검으로 이첩되면서 검찰의 판단 과정과 수사 강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예고된 상황이다.  

 

특검 수사 기한 종료까지 한 달여가 남은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 결과와 디올백 사건 재분석 내용은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종결 시점에 맞춰 후속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며, 여야는 사법 판단과 정치적 책임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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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윤석열#민중기특별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