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베이퍼 챔버로 발열 잡은 A19프로"…애플, 첫 게임 쇼케이스로 모바일 공략

윤선우 기자
입력

애플이 자사 실리콘과 냉각 설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성능 모바일 게이밍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영상·사진 중심 크리에이터 도구에서 AAA급 게임까지 소화하는 멀티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 국내에서 본격 가시화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스마트폰 성능 경쟁을 넘어, 생태계 기반 게임 플랫폼 경쟁의 분기점으로 한국 첫 게임 쇼케이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2일 서울에서 게임 개발사와 유저, 미디어를 초청해 애플 게임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국내에서 애플이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공식 행사 형태의 쇼케이스를 연 것은 처음이다. 현장에서는 아이폰17 시리즈와 아이패드 프로, 맥 등 최신 기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타이틀이 2시간가량 데모와 실시간 플레이 형태로 시연됐다.

행사에는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컴투스, 크래프톤, NC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사 5곳이 참여했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리버스를,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오븐스매시를, NC소프트는 아이온2를 아이폰17프로와 아이패드 프로에서 구동해 모바일 퍼포먼스를 강조했다. 맥 환경에서는 크래프톤의 신작 인조이와 컴투스의 미출시 타이틀 도원암귀 Crimson Inferno가 시연되며 PC급 그래픽 품질과 프레임 유지 능력이 부각됐다.

 

행사의 기술적 초점은 아이폰17프로에 맞춰졌다. 아이폰17프로에는 애플이 역대 최고 성능이라고 밝힌 A19프로 칩과 함께,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베이퍼 챔버 구조의 발열 제어 장치가 적용됐다. 베이퍼 챔버는 내부에 소량의 액체를 증발과 응축 사이클로 순환시키며 열을 빠르게 분산하는 방열 구조로, 기존 단순 히트 스프레더 대비 고부하 작업에서 칩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애플은 A19프로와 베이퍼 챔버 조합으로 게임과 동영상 편집 등 고부하 작업에서 이전 세대 대비 약 40퍼센트 향상된 지속 성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단순 최고 클록이 아니라 장시간 플레이에서 프레임 저하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설계로, 콘솔급 그래픽을 요구하는 AAA급 모바일 게임과 배틀로열,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 등에서 체감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아이패드 프로와 맥 역시 디스플레이 주사율, 색 재현력, 입출력 지연 시간, 네트워크 연결성 개선을 통해 게임 경험을 보완하는 축으로 제시됐다. 특히 맥은 데스크톱 수준의 그래픽 옵션과 주변기기 연결성을 바탕으로, 모바일과 PC 사이를 넘나드는 크로스플랫폼 개발 환경의 거점으로 강조됐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게임 자산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에 걸쳐 재활용하며 최적화만 조정하면 되기 때문에, 개발 비용과 테스트 부담을 줄이면서도 글로벌 유저 풀을 확대할 여지가 생긴다.

 

국내 대형 게임사가 대거 참여한 점은 애플이 한국을 테스트베드이자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은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이 높은 시장인 동시에, 고사양 다중접속게임 비중이 커 기기 성능을 체감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이온2 같은 대규모 필드 기반 게임과 인조이 같은 사실적 그래픽 중심 신작이 아이폰17프로와 맥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될 경우, 애플 기기를 콘솔과 PC의 대체 혹은 보완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애플이 콘솔과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사이에서 자신만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중으로 평가된다. 경쟁사들이 전용 게임 콘솔과 클라우드 스트리밍 플랫폼을 앞세우는 가운데, 애플은 자체 칩과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모바일, 태블릿, PC를 하나의 개발 타깃으로 통합하는 방식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콘솔과 PC, 모바일에 이어 애플 생태계를 별도 축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애플의 폐쇄적인 운영체제 정책과 수수료 구조,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제한 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클라우드 게임과 앱 내 결제 구조를 둘러싼 규제와 정책 변화에 따라, 애플 기기를 중심으로 한 고성능 게임 생태계가 어느 속도로 확산될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앱 마켓 구조 개편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애플이 한국 게임사와의 협업을 얼마나 유연한 조건으로 확대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애플은 쇼케이스를 통해 한국 개발사와의 기술 협업과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애플 측은 다양한 애플 디바이스에서 구현되는 게임 경험을 국내에서 직접 선보인 첫 자리라고 강조하며, 향후에도 개발사와 협업을 확대해 애플 생태계 기반 몰입형 게임 환경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아이폰17프로와 A19프로가 보여준 지속 성능 개선이 실제 게임 매출 증가와 장기 유저 확보로 이어질지, 그리고 애플이 게임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 속에서 어떤 플랫폼 전략을 취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애플#아이폰17프로#아이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