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닥서 휴림로봇 6% 급등…외국인 290만 주 매집에 수출 40% 기대감 겹쳤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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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림로봇 주가가 외국인 대량 매수와 수출 비중 확대 기대감이 맞물리며 장중 6% 넘게 급등하고 있다. 15일 코스닥 로봇 섹터 내 투자 심리가 이 종목을 중심으로 쏠리면서 거래량이 전일 대비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비중 40% 수준으로의 체질 개선과 미국발 로봇산업 육성 정책이 겹치며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향후 로봇·스마트팩토리 관련 설비투자 흐름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오후 12시 45분 기준 휴림로봇은 전 거래일보다 6.50% 오른 6,230원을 기록 중이다. 장중 한때 6,660원까지 치솟으며 최근 장기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는 흐름을 연출했다. 시초가는 5,800원으로 출발 직후부터 매수세가 유입됐고, 현재도 시초가 위에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우상향 추세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림로봇[09071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휴림로봇[09071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날 휴림로봇의 거래량은 오후 12시 45분 기준 3,132만 주를 넘어섰다. 직전 거래일의 약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단기간에 수급이 집중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5거래일간 이어졌던 등락 반복 구간이 끝나고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새로운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수출 중심 체질 전환과 대외 정책 모멘텀이다. 휴림로봇은 최근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며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을 약 4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국에서 로봇과 자동화가 차기 전략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정책 방향이 제조 현장 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 확대에 맞춰지면서, 산업용 로봇에 강점을 지닌 휴림로봇이 중장기적으로 설비 투자 확대의 간접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로봇 공급망 다변화 수혜주를 찾던 자금이 해당 종목으로 유입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수급 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집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 12일 하루 동안 외국인이 293만 주를 순매수하며 공격적으로 비중을 확대했고, 이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매수 상위 창구에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손바뀜 구도로 평가된다. 외국인 보유율은 지난달 말 2%대에서 최근 4.8%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업계에선 이를 단기 차익을 노린 단순 회전 매물이라기보다, 실적 모멘텀을 보고 중기 이상 보유를 염두에 둔 이른바 스마트 머니 유입 신호로 보고 있다. 한 중견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 비율이 저점에서 반등세로 돌아선 만큼, 수급 구조가 개인 중심에서 기관·외국인 분산 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휴림로봇은 약 7,442억 원 수준으로, 코스닥 112위에 해당하는 중형주다. 두산에너빌리티,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로봇·기계 관련 대형주보다는 한 단계 아래에 위치하지만, 외형 성장률 측면에선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휴림로봇의 매출액 증가율은 61.0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두산에너빌리티 매출이 49.44% 감소하고 두산밥캣도 34.57% 역성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다만 수익성은 여전히 취약한 편이다. 휴림로봇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레인보우로보틱스나 두산밥캣 등과 비교하면 이익 체력 측면에서는 열위에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성장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지만, 중장기 주가 지속성을 위해선 수익성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 실적을 보면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2021년 273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22년 554억 원, 2023년 826억 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1,331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 1,3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약 61%의 성장률로, 회사 규모가 한 단계 커지는 이른바 퀀텀 점프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49억 원 적자, 당기순이익은 52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아직 흑자 전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로봇 산업 특성상 초기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비용 부담이 큰 만큼, 당분간 이익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시장에선 수출 비중 확대와 생산 효율화가 고정비 분산을 통해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내기 시작할 경우, 향후 분기 단위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성도 투자 포인트로 부각된다. 휴림로봇은 전통적인 제조·산업용 로봇을 기반으로 하면서 최근 자율주행 휠체어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서비스 로봇 시장에도 진출했다. 고령화와 돌봄 수요 확대를 겨냥한 라인업으로, 헬스케어·복지 분야와 연계된 신규 매출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돼 있다.

 

또한 2차전지와 반도체 등 고성장 산업에 특화된 로봇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전방 산업의 설비 투자 사이클이 돌아올 때마다 직접적인 수주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스마트팩토리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을 고려하면, 자동화 설비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성장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가격대별 지지·저항선과 수급 동향이 동시에 체크 포인트로 꼽힌다. 현재로선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6,000원 선을 돌파해 안착할 수 있는지가 추가 상승 가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시장에선 6,000원대를 안정적으로 지키고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전고점인 6,660원 돌파 시도와 함께 7,000원 선까지 상단이 열려 있다는 시각도 제시되고 있다.

 

반대로 외국인 수급이 대량 매도로 전환되며 5,800원 선을 하회할 경우, 단기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병존한다. 한 로봇업종 애널리스트는 최근 단기간 급등으로 주가 부담이 일부 누적된 만큼, 개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할 매수·분할 매도 전략과 손절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잠재 리스크도 적잖다. 휴림로봇은 최근 몇 년간 잦은 경영진 교체와 내부통제 이슈 등이 시장에 거론된 바 있어, 지배구조 안정성이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적자 상태에서 대규모 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등이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이른바 오버행 부담이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단기간 주가 급등과 함께 거래량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국면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되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모멘텀만 보고 추격 매수에 나설 경우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로봇 산업의 장기 성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별 종목 투자에 나설 때는 실적 가시성과 재무 건전성, 경영 안정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발표될 분기 실적에서 수익성 개선 여부와 수출 확대 추세가 확인되는지가 중장기 주가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로봇·스마트팩토리 관련 글로벌 설비 투자 계획, 미국의 산업 정책 기조, 전방 산업의 투자 사이클 등도 향후 휴림로봇 주가와 로봇 섹터 전반의 흐름을 가늠하게 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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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림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두산에너빌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