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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파라마운트플러스 품었다…OTT 구독 경쟁 새 국면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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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와 국내 OTT 플랫폼의 결합이 가속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파라마운트플러스를 국내에서 독점 제공하며 콘텐츠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 글로벌 OTT 구독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멤버십 기반 동영상 서비스가 정통 할리우드 지식재산을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오는 구독 경쟁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쿠팡플레이는 20일 파라마운트플러스 콘텐츠를 전용 요금제인 파라마운트플러스 패스를 통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미국 파라마운트 글로벌 콘텐츠 디스트리뷰션이 공급하는 영화와 TV 시리즈를 담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직접 운영하는 대표 OTT 중 하나다. 쿠팡플레이는 이번 제휴로 글로벌 블록버스터와 장기 흥행 시리즈, 평단 호평을 받은 작품 등 파라마운트의 주요 IP를 한 번에 확보했다.

라인업에는 톰 크루즈 주연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 탑건 매버릭,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한 범죄 드라마 털사 킹, 2016년 시작해 7개 시즌을 이어온 금융 서스펜스 빌리언스 등이 포함됐다. 장기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은 수사물 NCIS 시리즈, 런던을 배경으로 범죄 세계의 권력 다툼을 그린 톰 하디와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 드라마 몹랜드도 제공된다. 덱스터 후속작인 덱스터 오리지널 씬, 덱스터 레저렉션 등 시그니처 시리즈도 포함돼, 충성도 높은 해외 팬덤을 국내 시청자로 흡수할 수 있는 구성이 마련됐다.

 

이번 독점 제휴는 국내 OTT 시장에서 콘텐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사업자가 직접 상륙한 가운데, 국내 플랫폼은 자체 오리지널 제작 부담과 판권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압력을 받고 있다. 스튜디오 직계열 OTT와의 협력은 특정 장르나 팬덤이 확실한 라이브러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도, 자체 오리지널 제작과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독 모델 측면에서 쿠팡플레이는 이커머스 멤버십과 묶인 번들 전략을 재차 강화했다. 파라마운트플러스 패스 요금은 쿠팡 와우회원 기준 월 3300원, 일반회원은 월 4900원으로 책정했다. 미국 현지에서 파라마운트플러스 프리미엄 요금제가 월 9.99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쿠팡 생태계 안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글로벌 스튜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셈이다. OTT 단독 구독이 아닌 와우 멤버십 결합 수요를 노린 설계로 볼 수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입장에서도 한국은 5G 인프라와 모바일 중심 시청 행태가 결합된 고성장 미디어 시장이다. 자체 OTT로 직접 진출하는 방식 대신, 현지 플랫폼과 묶어 진입장벽을 줄이면서도 구독 기반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 확산되는 중이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등이 글로벌 직영 OTT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파라마운트는 지역별 파트너십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취하고 있어, 이번 제휴가 동아시아 시장 확장의 테스트베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다른 OTT와의 경쟁 구도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제작 투자 확대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고, 토종 플랫폼들은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중심 콘텐츠를 묶는 방향으로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쿠팡플레이가 글로벌 스튜디오 직계열 콘텐츠를 단독으로 확보하면서, 스포츠 중계·국내 예능·해외 시리즈를 아우르는 혼합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셈이다.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둘러싼 인수합병과 독점 계약 경쟁이 심화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규제 측면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기존 유료방송과 다른 규제 체계에 놓여 있어, 대규모 독점 공급 계약이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지 여부를 둘러싼 논의도 커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별도 OTT 전담 법제가 아직 정비 단계에 머물러 있고, 해외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대형 플랫폼의 장기 독점 계약이 콘텐츠 선택권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파라마운트플러스 대다수 콘텐츠를 쿠팡플레이에서 선보이게 됐다며 국내외를 아우르는 강력한 콘텐츠 라인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형 스튜디오와의 독점 제휴가 국내 OTT 시장 판도 변화를 촉진할 수 있지만, 이용자 선택권과 콘텐츠 다양성, 가격 구조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제휴가 실제 가입자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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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파라마운트플러스#ott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