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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낀 초가을의 대구”…도심 속 산책과 사색, 저마다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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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낀 초가을의 대구”…도심 속 산책과 사색, 저마다의 하루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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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무더위의 도시로만 기억되던 곳이지만, 구름 낀 초가을의 대구는 이제 산책과 사색을 즐기기에 제격인 도시로 자리 잡았다. 9월 8일, 도심은 26도를 오가는 맑고 온화한 기온에, 북서풍이 솔솔 불어 쾌적한 하루가 펼쳐진다.  

 

이 날씨에 맞춰 도심 곳곳을 걷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한결 가벼워진다. SNS에는 이월드의 꽃길과 83타워, 대구수목원의 산책로를 배경으로 한 인증샷이 이어진다. 분지의 열기가 머물던 도시는, 낮에는 따스하고 밤에는 시원한 공기가 감도는 여행의 무대로 변신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능소화피는 골목길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능소화피는 골목길

이런 변화는 숫자 너머의 풍경 속에서 더 잘 드러난다. 근대 골목의 정취와 현대적 활력이 어우러진 대구 중심에는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테마파크 이월드, 시민의 자연 쉼터가 된 대구수목원, 그리고 한적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남평문씨본리세거지까지 각각의 공간이 저마다의 배경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월드에서는 국내 유일 거꾸로 가는 롤러코스터, 360도 회전하는 메가스윙 등 아찔한 체험이 가능하다. 밤에는 83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도심의 불빛과 분지의 숲이 어우러진 야경이 인기를 끈다. 그와 달리 대구수목원에서는 옛 쓰레기 매립장이 1,750여 종의 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공간으로 재탄생해, 조용한 산책과 여유로운 휴식을 원하는 이들이 발길을 멈춘다.  

 

현장 직원들은 “요즘 초가을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아졌고, 시민들이 특별한 계획 없이도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곳이 됐다”고 표현한다. 관계 전문가들은 “삶의 리듬을 바꾸는 힘은 익숙한 장소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데서 온다”고 분석한다.  

 

일상적인 반응 또한 흥미롭다. 포털 댓글 창에는 “한적한 골목 걷다 능소화 풍경에 마음이 사르르했다”, “더위 걱정 없이 도심이 이렇게 포근한 줄 몰랐다”는 글이 이어진다. “예전엔 멀리로 떠나야 기분 전환이 됐는데, 지금은 가까운 곳이 더 소중하다”고 고백한 시민도 있다.  

 

그만큼 대구의 초가을 풍경은 소소하지만 특별하다. 각자의 속도로 걷던 사람들이 같은 바람, 향기, 풍경을 공유하며 도심 속 작은 여행자가 된다.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돌담길을 거니는 그 순간, 여행은 특별한 Event가 아닌 일상에 한 겹 더해진 감성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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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월드#대구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