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지침·수사외압 의혹 수면 위”…신범철 전 차관, 해병특검 피의자 신분 조사
채상병 사망사건을 둘러싼 수사외압 의혹을 놓고 정치권과 군 수뇌부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9월 10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면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와 수사 당시 ‘지침’ 존재 여부가 정국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이날 오전, 신범철 전 차관은 서울 서초동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며 “고인과 유가족께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제가 아는 사실을 다 이야기할 것이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혐의자 정보와 죄명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 ‘대통령실 수사기록 회수 개입을 알고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진실은 다 밝혀질 것”이라며 구체 답변을 피했다.

신 전 차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외압’ 논란의 핵심 인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해 8월 1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혐의자, 혐의내용, 죄명 빼고 용어도 조사로 바꾸라’는 문자를 읽은 사실을 증언하며, 신 전 차관의 지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신 전 차관은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기록 이첩 직전인 2023년 8월 2일, 신 전 차관이 국방부 현안회의 도중 30여 분 동안 대통령실을 방문한 사실, 같은 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총 세 차례 통화 내역 등도 추가 수사 중이다. 실제로 신 전 차관은 이날 오후 1시 30분과 오후 3시 40분 각각 윤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오후 4시 21분엔 윤 전 대통령이 신 전 차관에게 전화를 한 통화 기록이 공개됐다.
특검팀은 ‘VIP 격노’로 요약되는 당시 대통령실 반응과 이에 연이어 하달된 국방부 지휘부의 움직임에 주목,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 여부와 채상병 사건 피의자 추려내기 과정이 청와대와 국방부 간 교감 하에 이뤄졌는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군 최고위층의 조직적 은폐·외압 여부”, “대통령실 관여 배경”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대통령실이 조직적 외압을 행사했다”며 강력 규탄했고, 여권은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군 지휘부의 책임 규명, 수사외압 논란의 향방이 결정적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앞으로 추가 소환 조사를 예고하며, 관련자 진술을 바탕으로 대통령실-국방부 간 ‘지침’, ‘협의’ 여부 확인에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