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로봇수술 1000례…박성호, 부인암까지 확대 전망
로봇보조 산부인과 수술이 여성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최소침습 수술 기술은 자궁근종과 부인암 같은 질환에서 통증과 출혈을 줄이는 동시에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며, 환자 맞춤형 수술 옵션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이 로봇수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산부인과 영역에서 1000례 이상 집도 경험을 쌓으면서, 국내 여성질환 수술 시장에서 로봇수술 확산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부인암을 포함한 고난도 수술 영역에서 로봇수술 적용 확대가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산부인과 박성호 교수가 최근 산부인과 로봇수술 개인 통산 1000례를 넘겼다고 3일 밝혔다. 산부인과 전용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단일 의료진의 4자릿수 성과로, 국내 여성질환 로봇수술 경험이 본격적인 양적 축적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박 교수는 3세대 다빈치 Si부터 4세대 다빈치 Xi, 최신 단일공 시스템인 다빈치 SP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수술 로봇을 두루 활용해 온 전문의로, 기기별 특성을 산부인과 수술에 최적화해 적용해 온 점이 특징이다.

총 1000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질환은 자궁근종이다. 특히 정상 자궁 무게가 약 60g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무게 3.2kg, 직경 15cm에 이르는 거대 근종 같은 고난도 증례도 포함돼 있다. 이런 사례는 복강경 접근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3차원 고해상도 시야와 손목 관절 기능을 가진 로봇 기구를 활용해 미세 구조를 확대 관찰하며 조직을 박리한 덕분에 주변 장기 손상 없이 수술을 마무리했다는 설명이다.
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 수술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 근육층에 내막조직이 파고들어 생기는 질환으로, 통증과 출혈이 심해 수술 시 출혈 관리가 까다로운 편이다. 3차원 영상과 정교한 기구 조작이 가능한 로봇수술은 병변 부위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정상 조직을 최대한 남기는 데 유리해, 수술 후 자궁 기능 보존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궁내막증 역시 골반 내 장기 유착이 빈번하지만, 로봇을 활용하면 유착된 조직 층을 세밀하게 구분해 박리하는 것이 가능해 수술 범위를 보다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 부인암 수술도 꾸준히 시행됐다. 부인암 수술에서 로봇은 골반과 대동맥 주변 림프절 절제 같은 섬세한 작업에 강점을 보인다. 좁은 골반 안에서 혈관, 신경, 요관을 보존하면서 림프절을 충분히 제거해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로봇 플랫폼이 고해상도 시야와 손 떨림 보정 기능을 기반으로 복강경보다 세밀한 해부학적 접근을 지원해, 장기적으로는 개복수술 비중을 줄이고 최소침습 암수술 비중을 늘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수술 유형별로는 자궁절제술과 자궁근종절제술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병원 측은 로봇수술이 통증 감소, 출혈 최소화, 회복 기간 단축 등에서 강점을 보여 여성 환자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수술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부인과 로봇수술의 평균 출혈량은 50cc 미만으로 보고될 만큼 출혈 저감 효과가 뚜렷하다. 출혈량이 줄면 수혈 필요성이 감소하고, 수술 후 피로감과 입원 기간을 줄이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가임기 여성의 자궁근종절제술에서는 봉합 품질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자궁벽을 여러 층에 걸쳐 단단하게 봉합해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자궁파열 같은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은 손목 관절 기능을 가진 기구로 여러 방향에서 바늘을 정확히 집어넣고 촘촘하게 봉합할 수 있어, 기존 복강경보다 두께와 밀도가 높은 봉합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호 교수는 장기 유착이 심한 환자에서도 로봇의 입체 시야와 미세 조정 기능을 활용해 조직층을 세밀하게 분리함으로써 장기 손상 없이 수술을 마치는 사례를 축적해 왔다고 전했다.
로봇수술은 기술적으로 보면 의사의 손동작을 로봇 팔이 실시간 모사하면서, 영상 시스템을 통해 수술 부위를 3차원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구조다. 수술 기구 끝단에 관절이 달려 있어 사람 손목보다 더 넓은 각도로 회전할 수 있으며, 수술 콘솔에서 입력된 움직임을 미세하게 축소해 전달해 손 떨림을 보정한다. 이러한 구조는 복강경 수술의 한계로 지적돼 온 기구 자유도 부족과 2차원 시야 문제를 보완하면서, 개복수술과 같은 수준의 해부학적 정밀도를 최소침습 환경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산부인과를 포함한 최소침습 수술 영역에서 로봇 플랫폼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궁적출술, 자궁근종절제술, 난소·난관 질환 수술 등에 수술 로봇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부인암 분야에서도 로봇보조 수술이 점차 표준 옵션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도입 초기 고가 장비와 수술비 부담이 장애요인으로 지적됐지만, 최근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장비 확충과 술기 표준화가 진행되면서 적용 범위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규제 측면에서 로봇수술은 이미 의료기기 허가와 보험 체계 안으로 들어와 있으나, 세부 행위별 보상 구조와 안전성·유효성 데이터 축적 등이 여전히 관건으로 남아 있다. 특히 부인암 영역에서 로봇수술을 어디까지 1차 표준 치료로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는 향후 임상 데이터와 비용효과성 분석 결과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술 시간, 합병증, 재원 기간, 재발률 등 다양한 지표에서 장기 추적 데이터를 축적해 건강보험 정책과 연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성호 교수는 1000례 달성 의미를 의료진과 환자들이 함께 만든 성과로 규정했다. 박 교수는 로봇수술이 정교한 봉합과 안정적인 수술 환경을 제공해 가임력 보존이 필요한 환자나 고난도 케이스에서 도움을 줬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부인암 로봇수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교육과 연구를 강화해 국내 로봇수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숙련된 집도의가 후학 교육과 술기 표준화에 나서면, 산부인과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재현성이 높아질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산부인과 전용 다빈치 Xi를 포함해 다빈치 Xi 2대, 다빈치 SP 1대 등 총 3대의 수술 로봇을 동시에 운영 중이다. 단일공 로봇수술이 가능한 다빈치 SP는 배꼽 주변 한 곳을 통해 기구와 카메라를 투입할 수 있어 흉터를 줄이고 통증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병원 측은 이러한 다중 장비 운영 체계를 기반으로 고난도 여성질환에서도 수술 대기 기간을 최소화하고, 양성 자궁질환부터 부인암까지 최소침습 수술 전 영역에서 안정적 진료 역량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산부인과 로봇수술이 앞으로 환자 삶의 질과 가임력 보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더욱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 역시 수술 로봇의 정밀도와 활용성을 높이는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임상 데이터와 비용 구조, 제도 개선이 맞물려야 실제 시장 안착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 규제 당국이 균형점을 어떻게 찾느냐가 로봇수술 보편화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