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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자연 품에 안기다”…상주에서 느끼는 여유와 평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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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자연 품에 안기다”…상주에서 느끼는 여유와 평온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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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잠시 도심을 떠나 자연에서 숨을 고르는 사람이 늘었다. 예전엔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했지만, 이제는 그저 평범한 하루에 조용한 휴식이 더 간절하다. 상주처럼 넉넉한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도시에서 보내는 하루가 색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경상북도 상주시는 예로부터 삼백의 고장으로 불린다. 풍요로운 평야와 곧은 산세, 그리고 낙동강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10일 오전 흐린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 23도 남짓의 기온은 산책이나 가벼운 산행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자연 속을 걷는 걸음마다 오래된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것만 같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상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상주

문장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누구나 한 번쯤은 숨을 멈추게 된다. 백두대간 자락에 앉아 구름이 산허리를 감싼 모습을 바라볼 때, 번잡한 마음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산을 타고 불어오는 살랑이는 바람, 사계절의 색을 담은 산세가 몸과 마음을 다듬는다. 등산의 고단함은 잠시뿐,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그 모든 수고를 잊게 한다.

 

근처 장각폭포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기암괴석 틈 사이로 세차게 내리치는 폭포수, 숲을 메우는 물소리에 어느새 삶의 피로도 씻겨 내려간다. 투명하게 흐르는 계곡물과 바위 위에 내려앉은 이끼, 초록 빛깔의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무심코 지나는 여행자라도 잠시 멈추게 만든다. 그만큼 자연의 위로는 특별하다.

 

상주시 남장1길 속 깊숙이 자리한 남장사에 들어서면, 더는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 신라 문무왕 때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 산사에는 세월의 자취가 고요히 흐른다. 숲과 건물이 조용히 어우러져 마음을 가라앉히고, 절집 마당에 잠시 서 있으면 스치는 바람에도 오랜 시간의 숨결이 느껴진다. 경내를 걷다 보면 절로 명상에 잠기고, 번잡했던 일상은 어느덧 희미해진다.

 

최근 여행 커뮤니티엔 “상주의 풍경은 사계절이 다 다르게 아름답다”, “남장사의 고요함에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는 고백이 많이 눈에 띈다. “폭포 아래에 앉아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바쁜 내 삶도 천천히 흘러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나직한 반응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짧은 여행이라도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하늘이 흐려도, 혹은 비가 내려도 자연은 변함없는 위로와 쉼을 건넨다.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는지, 또 어떻게 느끼는지가 여행을 남다르게 만든다.

 

작고 소박한 선택이지만, 자연의 품에서 만나는 하루는 내 삶에 새로운 리듬을 선사한다. 오늘 상주의 흐린 하늘 아래서도, 누군가는 다시 나답게 살아갈 힘을 얻고 있었을지 모른다.

배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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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문장대#남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