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경고등 켜졌다”…식약처, 잇단 회수조치로 관리 고삐
농약이 검출된 우롱차부터 중금속 카드뮴이 나온 사은품 접시, 건강기능식품 섭취 후 간 손상 사례까지 2025년을 앞둔 올해 식품업계 전반에 식품안전 경고음이 이어졌다. 소비자는 백화점 입점 카페, 어린이집 급식용 빵, 제약사 브랜드 건강기능식품, 해외직구식품 등 신뢰를 전제로 선택한 채널에서 반복적으로 위해 사례를 접하며 불안이 커졌다. 업계와 규제당국 모두 공급망 전 구간에 대한 상시 점검 체계와 데이터 기반 위험관리 강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2월 대만산 우롱차와 홍차 등을 정식 수입신고 없이 반입해 유명 백화점 입점 카페에서 조리·판매한 업체 대표가 적발됐다. 식약처는 이 업체 대표를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장조사 과정에서 수거한 우롱차에서는 농약 성분 디노테퓨란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 디노테퓨란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살충제 성분으로, 급성 중독 시 구토와 설사, 복통, 어지럼증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엄격한 잔류 허용 기준과 취급 관리가 요구되는 물질이다. 고급 백화점 카페에서 수입 신고 누락과 농약 기준 초과가 동시에 확인된 사례로, 프리미엄 유통 채널의 자체 품질관리 시스템 신뢰도가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안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 성분 우롱차 판매와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하며 공식 사과했다. 업계는 백화점과 대형 유통사의 PB 상품·입점 브랜드에 대한 검증 체계가 단순 서류 점검 수준에서 벗어나, 원산지와 성분, 잔류농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디지털 트레이서빌리티 시스템 도입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6월에는 풀무원 빵류 섭취와 연관된 살모넬라 감염증 집단 발생이 발생하면서 급식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당시 빵류 섭취와 관련된 살모넬라 감염증 시설 집단발생 사례는 총 7건, 환자는 256명으로 파악됐다. 살모넬라 감염증은 오염된 식품 섭취로 감염돼 급성 위장관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식중독 질환으로, 주로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위험도가 높다. 문제가 된 제품은 고칼슘 딸기크림 롤케이크와 고칼슘 우리밀 초코바나나빵 등 2종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영유아 급식용으로 대량 공급돼 학부모 불안이 크게 확산됐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실시했고, 당국은 납품 시설을 대상으로 추가 증상자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했다.
9월에는 대형 제약사가 유통한 건강기능식품에서 간 손상 이상사례가 보고되며 건강기능식품 관리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식약처는 네추럴웨이가 제조하고 대웅제약이 유통·판매한 가르시니아 제품 섭취 후 간 기능 관련 이상사례 2건이 보고되자 건강기능식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회수 조치했다. 서로 다른 소비자 2명에게 급성간염 증상이 나타났고, 입원 치료 후 7∼8일 만에 퇴원했으나, 당국은 원료 및 제품 안전성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9월 28일 해당 제품에 대해 잠정 판매중단을 권고했고, 영업자는 이튿날부터 자율 회수를 진행했다. 대웅제약은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신속히 대응했다는 입장이며, 향후 원료에 대한 과학적 재조사가 이뤄질 경우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능성 원료별 간 독성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전자 건강기록과 연계한 이상사례 자동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가르시니아 같은 다소비 기능성 성분의 위험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직구식품을 통한 마약류 유입 방지 역시 식약처의 주요 관리 과제로 부상했다. 식약처는 대마 사용이 합법화된 국가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해외직구식품 50개를 직접 구매해 위해성분 기획검사를 실시한 결과, 42개 제품에서 마약류 또는 국내 반입차단 대상 원료·성분이 확인됐다고 9월 발표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거치는 해외 직구 특성상 통관 단계에서 1차 필터링이 어렵고, 소비자도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규제 공백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 조치는 마약류 성분 모니터링을 강화한 첫 대규모 실태 점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성분 탐지와 통관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상시 감시 체계로 전환해야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9월에는 영유아 대상 이유식 브랜드 엘빈즈 제품 일부에서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해 또다시 영유아 식품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식약처는 충남 계룡시 소재 식품제조·가공업체 내담에프앤비가 제조·판매한 엘빈즈 한우듬뿍시금치아기밥에서 세균수가 기준치보다 많이 검출돼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엘빈즈는 과거 이유식 재료 함량을 실제보다 부풀려 표기했다가 식약처에 적발된 전력이 있으며, 당시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연속된 위반 이력은 영유아 식품 품질관리 기준을 일반 가공식품보다 더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11월에는 글로벌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가 프로모션 사은품으로 제공한 랍스터 접시에서 중금속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해 회수 및 판매중단 명령을 내렸다. 식약처가 발간한 유해물질 간편정보지와 유해물질 총서에 따르면 카드뮴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발암확인물질 그룹1으로 분류된다. 그룹1은 사람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이 명백히 입증된 물질로, 흡연과 석면 등이 여기에 속한다. 비식품성 판촉물이라도 식품과 접촉하는 용도인 만큼 식품용 기구·용기와 동일한 수준의 사전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업계는 향후 판촉물과 식기류를 포함한 전 공급망에 대해 소재 분석과 안전성 인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개고기 식용 금지 논의 이후 대체재로 주목받는 염소고기 시장에서도 위생관리 문제가 드러났다. 식약처와 17개 지방자치단체는 염소고기 가공·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실시해 축산물 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 등을 위반한 9곳을 적발,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 등을 요청했다. 적발 내용에는 위생 관련 영업자 준수사항 미이행, 종사자 건강진단 미실시 등이 포함됐다.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는 축산물 품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품목별로 표준 위생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디지털 HACCP과 같은 IT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산해야 유사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한 해 국내 식품안전 이슈는 수입 차류, 제과류, 이유식, 건강기능식품, 해외직구, 판촉용 식기, 축산물 가공에 이르기까지 전 유통망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당국은 법 위반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과 회수 조치로 대응했지만, 반복되는 사고는 사후 규제 중심 구조로는 소비자 신뢰 회복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해사례 조기 탐지, 원재료 이력 추적 시스템 고도화, 해외직구 플랫폼과의 정보 공유 제도화 등이 병행될 때 식품안전 관리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강화되는 규제 환경 속에서 이번 사고들이 실제로 보다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