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적합성 평가법 제시”…식약처, 가이드라인으로 의료기기 안전성 강화
의료기기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부적절한 사용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품질관리 기준으로 불리는 GMP 심사에서 필수 항목이 된 사용적합성 평가를 놓고, 규제당국이 세부 절차와 예시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업계의 실무 적용을 돕는 데 나선 것이다. 특수재질 추간체 유합 보형재 등 척추 임플란트 분야에 최신 국제 기준을 반영한 이번 조치는, 의료기기 설계 단계부터 사용자 환경을 체계적으로 고려하도록 유도해 산업 전반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특수재질 추간체 유합 보형재 품목을 대상으로 의료기기 사용적합성 적용을 지원하는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사용적합성은 실제 사용자가 기기를 쓰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작 오류, 표시 혼동, 경고 미인지 등 인적 요인에 따른 위험을 줄이도록 설계와 개발 단계에 반영해야 하는 품질관리 요구사항이다.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되는 의료기기는 GMP 심사 시 이 사용적합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제품 위험도와 상관없이 전 품목에 적용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 등에서 제시하는 최신 국제 기준을 토대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사용적합성 적용 절차를 단계별로 정리하고, 제조사가 제출해야 하는 계획서와 평가 후 보고서 작성 방법을 예시 중심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실제 사용자 특성에 맞춘 평가 설계 방법과 더불어, 특수재질 추간체 유합 보형재 품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사용적합성 평가를 수행했는지 실제 사례를 포함해 현장 활용성을 높였다.
사용적합성 평가는 단순 기능 시험과 달리,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실제 사용자를 가정한 환경에서 제품 인터페이스를 검증하는 절차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척추 수술용 추간체 유합 보형재의 경우 수술 준비, 삽입 도구 연결, 체내 위치 확인 등 전 과정에서 라벨링, 사용 설명서, 기구 조작성이 오류를 유발하지 않는지 시나리오 기반으로 확인해야 한다. 식약처는 최신 국제 기준을 반영해 이런 시나리오 설계와 평가 지표 설정 방식을 구체화함으로써, 평가 결과가 설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 측면에서 사용적합성 요건은 의료기기 업체의 진입 장벽이면서도 동시에 품질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요소로 꼽힌다. GMP 심사에서 사용적합성 평가가 미흡할 경우 허가나 인증 일정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제조사 입장에서는 초기 설계 단계부터 사용자 분석과 리스크 평가를 체계화해야 심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설계 품질이 높아질수록 수술 시간 단축, 오조작 감소 등으로 병원과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아져, 글로벌 시장에서도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추세다.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규제당국이 사용적합성을 인체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항목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간요인공학 개념을 의료기기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고, 유럽연합도 의료기기 규정에서 사용적합성 관련 요구사항을 강화했다. 이번 식약처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춰 국내 업체가 국제 규제 수준에 부합하는 문서 체계와 평가 프로세스를 갖추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수재질 추간체 유합 보형재와 같은 임플란트 제품은 교체가 어렵고 부작용 시 환자 피해가 큰 만큼, 사용적합성 확보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규제 차원에서는 사용적합성이 이미 GMP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중소 의료기기 업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평가 설계와 문서화 방법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컸다. 식약처는 이런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에 계획서와 보고서 예시, 평가 항목 선정 기준, 사용자 그룹 정의 방식 등을 상세히 포함했다. 이를 통해 심사 일관성을 높이고, 제조사마다 해석 차이로 인한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식약처는 이번에 발간한 가이드라인이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21년부터 조직수복용생체재료, 로봇보조정형용운동장치 등 6개 품목에 대한 사용적합성 가이드라인을 순차적으로 배포해 왔고,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특수재질 추간체 유합 보형재 분야까지 범위를 넓히면서, 고위험 임플란트와 첨단 의료기기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품목 특성에 맞는 평가 방법과 구체적 사례를 제공해 제조업체의 이해도를 높이고, 나아가 품질관리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향후에도 교육과 추가 가이드라인 발간 등 지원 사업을 지속해 사용적합성 중심의 품질관리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새 가이드라인이 실제 GMP 심사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나아가 글로벌 규제 수준과의 정합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기술과 안전, 품질과 규제의 균형이 의료기기 산업의 지속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