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있었다”…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진술 번복, 해병특검 내일 재소환

‘VIP 격노설’을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을 약 두 달 만에 재소환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사령관은 최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그간 부인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하며 진술을 번복했다. 김 전 사령관의 입장 변화는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9월 11일 서울 서초동 특검팀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김 전 사령관을 오는 12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종전 진술 유지 여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이어 “구속영장 청구 전까지 고수했던 기존 입장이 심문 과정에서 바뀐 만큼, 추가로 세부 입장 변동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은 2023년 7월과 8월, 채상병 순직 사건 당시 해병대 최고 지휘관이었다. 그는 초동조사를 맡았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이른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초동조사 결과 격노’ 사실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동안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 자체를 부인했지만, 지난 7월 22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입장을 바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위험이 없다”며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특검팀은 이번 재소환에서 김 전 사령관이 진술을 번복한 이유, ‘VIP 격노설’의 인지 경위와 전달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특검팀이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정치권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출석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전 타 특검에서 보인 태도 등을 감안하면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면조사 외에는 다른 방식을 고려한 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상급 부처의 관련 진술과 외압 정황 규명을 위해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도 이틀째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신 전 차관은 ‘해병대 질책 문자’ 논란의 중심 인물로, 특검은 그가 2023년 8월 2일 국방부 현안회의 도중 대통령실을 다녀갔다는 진술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입건’ 지시에 관한 해석을 두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이날 “해당 회의 전 이미 이 전 장관이 직접 검찰단장에게 지시했다”는 내용으로 반박했다.

이와 더불어 이종호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한 이차 출석요구서도 발송될 예정이다. 앞서 이 전 총장은 참고인 조사 요구에 한 차례 불응했다. 특검은 이 전 총장이 2023년 7월 30일 김계환 전 사령관에게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상병 사망 사고 혐의자로 포함됐다는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 중이다.

특검팀은 최근 공수처의 채상병 사건 장기 지연 수사를 두고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김백기 대변인의 참고인 소환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와 관련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장 내정이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보도 역시 “구체적 진술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해병특검의 김계환 전 사령관 재소환, VIP 격노설 진상 규명, 윤석열 전 대통령 직접 조사 여부가 향후 정국의 주요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과와 대응 방침을 놓고 첨예하게 맞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