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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재판부 신중 접근 필요”…김대웅 서울고법원장, 여권 추진안에 위헌 우려 제기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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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사법부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20일 서울고법 등 소속 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권이 추진하는 내란재판부 신설안에 대해 “법원 외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건 헌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사법부 독립과 선출 권력 간 견제구가 국회로 확장되며 갈등 양상이 커지고 있다.

 

김 법원장은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대해 별도 재판부를 구성하자는 데 동의하냐”는 질의에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배준현 수원고등법원장 역시 각각 “위헌 소지가 있다”, “같은 취지로 반대한다”며 사법부 독립성과 신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대법관 증원 논의 역시 도마에 올랐다. 김 법원장은 “증원 자체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숫자나 시기 등은 공론화를 거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민석, 배준현 법원장도 각각 “대법원 입장을 들어야 한다”,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 고려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뒷받침했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존중과 견제 원리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 법원장은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의 “조희대 대법원장이 90분간 이석없이 국감장에 머문 것은 사법부 독립 침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균형과 존중의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사법부가 선출권력보다 아래에 있느냐”는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의 질의에는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법부의 독립성 원칙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신속 처리와 관련된 논란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항소심 선고 이틀 만에 사건 기록이 대법원에 송부됐는데 선례가 있느냐”고 묻자 김 법원장은 “선거범죄 신속 처리 방침 때문이며, 과거에 없던 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법원의 지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자문서로의 사건기록 검토를 두고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위법수집증거라는 민주당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질의했고, 김 법원장은 “전자문서로 봐도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7만 쪽의 이재명 사건기록 열람 논란에 대해선 “상고심은 법률심인 만큼 일부 내용만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짚으며, “대법원 판결문상 그런 취지의 기재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질의에는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이 배우자인 나경원 의원과 함께 출석해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관련 입장을 묻자 김재호 법원장은 “공직의 공정성과 투명성 원칙엔 깊이 공감하지만, 판단은 국회의 자율 영역”이라고 답했다.

 

국회와 사법부의 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사법부 독립성 논쟁이 쟁점으로 부상한 이날 국감은 정치권 곳곳의 정면 충돌을 예고했다. 국회는 법조계와 공식 협의를 지속하며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향후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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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웅#내란전담재판부#서울고등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