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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낙상예측…겨울 성탄 한파에 병원은 데이터로 막는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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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북극 한파로 전국이 얼어붙은 가운데, 빙판길 낙상사고를 줄이기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특히 노년층과 골다공증 환자의 겨울철 골절 위험이 치명적 수준에 이른다고 경고하면서, 병원·연구기관이 축적한 골밀도와 활동량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낙상 위험을 조기에 알려주는 시스템이 정형외과 진료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업계에서는 겨울철 낙상예방 기술이 고령사회 의료비를 줄이는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병원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고관절 골절 환자 데이터와 골밀도 검사, 생활습관 정보를 결합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왔다.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나이, 체중, 약물 복용 이력과 함께, 스마트워치·모션센서로 수집한 보행 패턴 정보까지 통합해 위험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김상민 고대구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노년층이나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가벼운 낙상도 심각한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며, 데이터 기반 사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술의 핵심은 낙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알고리즘이다. 웨어러블에 탑재된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가 보폭, 보행 속도, 몸의 흔들림 정도를 초 단위로 기록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해 평소 대비 균형감각이 떨어졌는지, 근력이 급격히 감소했는지를 추정한다. 기존에는 진료실에서 단발성 검사로 균형 상태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하루 수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기반으로 낙상위험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구조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공지능 모델이 향후 1년 내 고관절 골절 발생을 예측하는 정확도가 기존 통계모형 대비 20에서 30퍼센트가량 높아졌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 빙판길 환경에서 이 같은 기술은 기존 예방지침의 한계를 보완한다. 의료진은 평소 걸음 속도와 폭을 줄이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두꺼운 옷으로 인한 민첩성 저하를 보완하는 스트레칭을 권고해 왔다. 여기에 최근 도입된 디지털 솔루션은 실시간 보행 데이터를 통해 미끄러지기 쉬운 패턴이 감지되면 스마트폰 알림이나 웨어러블 진동으로 즉시 경고를 보내고, 위험구간에서는 속도를 더 늦추도록 유도한다. 초고령 환자에게는 가족이나 보호자에게도 동시에 경보를 보내는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낙상 예측 기술은 고령층을 직접 고객으로 삼는 B2C 모델과, 보험사·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B2B 모델로 나뉜다. 손해보험사는 낙상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입자의 사고율이 낮아지면 보험금 지급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인공지능 낙상예측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는 추세다. 지자체는 독거노인 대상 스마트밴드 보급과 연계해 복지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고관절 골절 후 침상 생활이 수개월 이어지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2년 내 사망률이 70퍼센트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는 만큼, 예방 중심 관리의 경제적 효과가 상당하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기반 낙상예방이 정밀의료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의 병원들은 허리와 고관절의 골밀도 검사 결과를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에 연동해, 개별 환자의 10년 내 골절 위험을 수치화한 리스크 점수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요양시설에 센서 바닥재를 깔고, 낙상 직전 자세 변화를 감지해 요양보호사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보급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모션센서, 카메라 비전 기술을 접목한 실내 낙상 감지 플랫폼을 개발해 수출을 추진하고 있어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다만 의료용 소프트웨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규제 통과가 필수다. 낙상 예측 인공지능은 환자의 건강상태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증 대상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예측 정확도와 안전성을 임상시험 형태로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비식별화와 암호화 조치도 의무화하는 추세다. 고령층 환자의 활동 데이터가 민감한 건강정보로 분류되는 만큼, 수집·활용 과정에서 동의 절차와 보관 기간 설정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만으로는 낙상사고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꾸준한 근력 강화 운동과 스트레칭, 충분한 칼슘 섭취,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와 약물치료 등 기본적인 골다공증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민 교수는 골다공증을 적절히 치료하면 골절 위험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며, 커피·담배·술은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하므로 줄이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생활습관 개선 없이는 낙상 예방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는 겨울철 빙판길 경보부터 연중 상시 골절 위험관리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위험군 선별, 맞춤형 운동 처방, 약물 복용 관리, 가정 내 낙상환경 점검 솔루션까지 묶은 플랫폼 경쟁도 시작됐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낙상예방 기술이 실질적인 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산업계와 의료계 모두 이번 겨울을 계기로 기술의 실효성을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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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낙상예측#디지털헬스케어#고대구려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