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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무승부로 쐐기”…유럽, 라우리 버디로 13년 만에 미국 원정 라이더컵 우승→역대 7번째 새 역사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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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의 긴장과 환호가 교차한 새벽, 유럽 선수단은 마지막 18번 홀 그린 위에서 서로를 뜨겁게 얼싸안았다. 셰인 라우리의 손끝에서 빠져나간 2m 버디 퍼트, 숨죽인 기운을 깨고 터진 함성은 그간 원정의 무게를 이겨낸 자들이 드디어 쟁취한 우승의 순간이었다. 13년 만에 미국 원정 우승, 익숙했던 영광이 아닌 ‘새로운 역사’에 가까운 기록이었다.

 

유럽은 29일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 베스페이지 블랙 코스에서 치러진 라이더컵 최종일 싱글매치에서 1승 5무승부 6패로 3.5점을 추가해, 합계 15점으로 미국(13점)을 눌렀다. 이로써 유럽은 2023년에 이어 2회 연속 통합팀 우승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 땅에서 맞이한 우승은 2012년 머다이나 대회 이후 13년 만이며, 유럽팀 결성(1979년) 이후 일곱 번째 원정 우승으로 기록됐다.

“극적 무승부로 쐐기”…유럽, 13년 만에 미국 원정 라이더컵 우승 / 연합뉴스
“극적 무승부로 쐐기”…유럽, 13년 만에 미국 원정 라이더컵 우승 / 연합뉴스

불리한 환경의 원정 팀에게 코스 세팅, 현지 팬 야유, 심판의 압박 등은 언제나 승부를 가르는 변수였다. 유럽은 경기 전 빅토르 호블란의 목 부상 기권으로 승점 0.5점만 확보한 채, 남은 경기서 추가 2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미국은 캐머런 영과 저스틴 토머스가 각각 저스틴 로즈, 토미 플리트우드를 1홀 차로 잡아내며 거세게 반격했다. 맷 피츠패트릭과 브라이슨 디섐보가 비기며 접전이 이어졌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2위 로리 매킬로이의 자존심 대결도 큰 주목을 받았다. 셰플러가 1홀 차 승리를 챙기며 기세를 올렸으나, 루드비그 오베리의 2홀 차 승리와 라우리의 활약이 흐름을 바꾸었다. 미국 잰더 쇼플리, J.J 스펀이 각각 욘 람, 제프 슈트라카를 압도하면서 단숨에 박빙 양상으로 전환됐다.

 

모든 승부는 18번 홀 그린 위, 라우리의 버디 퍼트에서 갈렸다. 17번 홀까지 1홀 차로 밀렸던 라우리였지만 마지막 2m 거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퍼트를 넣으며 승점 0.5점, 팀의 총점 15점을 완성하는 극적 무승부를 기록했다. 곧바로 이어진 선수들은 뜨거운 포옹과 환호로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반면 미국은 벤 그리핀, 콜린 모리카와 등이 막판 분전을 펼쳤으나, 승점 차를 좁히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1927년 시작된 라이더컵은 1979년부터 미국과 유럽 연합팀 간 대항전으로 확장돼, 이번이 23번째 정면 승부였다. 지금까지 유럽이 13회, 미국이 9회 우승하며 유럽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대회까지 최근 8차례 중 6번이나 패권을 잡으며, 2027년 아일랜드에서 펼쳐질 차기 대회에서는 3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입장에 섰다.

 

무거운 기운을 뚫고, 쉬운 승리라 부를 수 없는 드라마를 써낸 유럽팀의 손끝엔 승리와 함께 깊은 위안의 미소가 번졌다. 팬들 역시 견고한 벽을 넘었던 그 순간의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했다. 2027년 아일랜드에서 세계 골프 팬들은 다시 한 번 ‘라이더컵의 전설’을 기대하게 됐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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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라이더컵#라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