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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기증, 또 다른 삶 열다”…김창민 감독 유가족 용기 → 생명나눔 확산 신호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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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기증 문화가 국내 바이오 의료계에 근본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김창민 감독의 사례처럼, 사회적으로 알려진 인물의 기증은 생명나눔의 의미를 환기하며 뇌사 장기이식의 실제 파급력을 입증한다. 의료 현장과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뇌사장기기증 확대’의 분기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김창민 감독은 최근 뇌출혈로 쓰러진 뒤 투병하다 지난 7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강동성심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 간장, 신장(양쪽) 등을 이식해 4명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했다. 김 감독은 생전 가족에게 기증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가족의 결정이 장기 수급난 심화 상황에서 상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뇌사 장기이식은 의학적으로 뇌 기능이 되돌릴 수 없게 정지된 환자에게서 심장, 간, 신장 등 주요 장기를 채취해 이식 대기 환자에게 새로 이식하는 정밀 의료기술이다. 김 감독의 기증은 동시 다기관 이식의 실제 적용 예로, 환자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선례로 주목된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3년 기준 4만명이 넘지만, 연간 실제 뇌사 기증자는 2022년 기준 450명 남짓에 그친다. 수요 대비 이식 가능 사례가 현저히 부족한 배경에는 사회 인식, 윤리 고민, 가족 동의의 복합적 장벽이 있다. 뇌사장기기증 활성화가 절실한 이유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국, 독일, 스페인 등 장기이식 선진국들이 적극적 교육과 공공 캠페인을 통해 이식률을 꾸준히 높여 왔다. 반면 한국은 뇌사 기증 동의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윤리적 논쟁 여지가 커 실질적 도입 확대에 한계를 드러내 왔다. 최근 생명윤리법 개정 논의와 비영리 인증기관 확산이 장기이식 제도 정착의 변수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뇌사 장기기증 문화의 확산이 단순 생명연장의 기술을 넘어 생명 존중 사회로 나아가는 바이오 윤리의 핵심이 된다”며 “이식 기술과 배분 시스템, 가족 심리 지원이 함께 가야 산업적, 제도적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계는 이번 김창민 감독의 사례가 실제 기증 문화 변화로 이어질지, 제도와 인식의 이중 병목을 뚫을지 주목하고 있다. 생명나눔의 기술과 윤리, 가족의 선택이 산업과 사회 전반의 건강성을 좌우할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으로 보인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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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민#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기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