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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요통 경보 울린다”…척추내시경, 디스크 악화 막을까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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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기온이 떨어지면서 척추 근육과 인대가 굳어 급성 요통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빙판길을 걷거나, 강한 바람에 몸을 움츠리는 순간 허리에 과도한 힘이 실리면서 통증이 시작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은 2주 이내 호전되는 급성 요추염좌에 그치지만, 통증이 반복되면 추간판탈출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체계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최소 침습 척추내시경술을 포함한 시술적 치료 옵션이 확대되면서, 겨울철 척추 질환 관리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급성 요추염좌는 허리뼈를 지지하는 인대가 갑작스러운 외력으로 손상돼 발생하는 급성 통증 질환이다. 평소 허리에 특별한 문제가 없던 사람도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허리를 비트는 동작을 할 때, 또는 빙판길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순간적으로 힘을 주는 과정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추위로 인해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같은 동작에도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해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

차준용 수원나누리병원 척추센터 과장은 급성 요추염좌의 전형적 양상에 대해 설명했다. 차 과장은 심호흡이나 재채기만으로도 허리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말했다. 통증 강도에 비해 대부분의 경우는 구조적 손상이 심하지 않아, 일정 기간 허리를 쉬게 하고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병행하면 약 2주 이내 회복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비슷한 양상의 요통이 계절마다 반복되는 경우다. 급성 요추염좌가 반복되면 인대와 주변 근육에 미세 손상이 누적되고, 국소 염증 반응이 계속되면서 해당 부위를 보호하려는 보상 작용으로 허리 근육이 과도하게 경직된다. 이 과정이 이어지면 허리 주변 지지 구조 전체가 불안정해져 상대적으로 디스크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겨울철처럼 전신의 근육과 인대가 쉽게 굳는 환경에서는 이런 악순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완충하고 움직임을 돕는 디스크는 바깥쪽 섬유륜과 안쪽 수핵으로 구성된다. 반복적인 염좌와 불안정성으로 섬유륜이 약해지면, 내부의 수핵이 바깥으로 밀려 나오는 추간판탈출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추간판탈출증은 흔히 디스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탈출한 수핵이 척추 신경을 압박하면 허리는 물론 엉덩이, 다리, 발끝까지 이어지는 방사통이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이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이러한 방사통이 동반된다면 단순 염좌 단계를 넘어 척추 구조 자체에 손상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정확한 감별을 위해 의료계에서는 MRI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핵심 도구로 활용한다. MRI는 뼈뿐 아니라 연부 조직과 신경, 디스크 상태를 입체적으로 보여줘, 단순 요추염좌인지,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 같은 구조적 질환으로 진행했는지를 판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진단 결과에 따라 약물·물리치료 중심의 보존적 치료를 지속할지, 신경차단술이나 척추내시경술과 같은 시술적 치료를 병행할지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신경차단술은 염증 부위 주변 신경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시술로, 비교적 부담이 적고 즉각적인 통증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초기 디스크 환자나 보존적 치료에 반응이 떨어지는 요추염좌 환자에서 활용도가 높다. 다만 구조 자체를 교정하는 치료는 아니기 때문에, 영상 검사상 명확한 디스크 탈출이 확인되거나 보존적 치료와 차단술에도 통증이 반복될 경우에는 보다 직접적인 병변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이때 선택지로 떠오르는 것이 척추내시경술이다. 척추내시경술은 5밀리미터 미만의 작은 절개 부위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병변을 직접 확인하고 탈출한 디스크 조각 등을 제거하는 최소 침습 시술이다. 카메라와 미세 수술 기구가 결합된 내시경으로 수술 부위를 확대해 볼 수 있어, 복잡한 척추 해부 구조에 보다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전신마취 대신 국소마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전신마취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고령층이나 심혈관계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한 옵션으로 주목된다.

 

또한 절개 범위와 주변 조직 손상이 적어 수술 시간과 입원 기간이 짧고, 일상 생활 복귀가 빠르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전통적인 개방형 디스크 수술과 비교할 때 근육 박리가 최소화돼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수술 부위 감염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다만 모든 디스크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며, 탈출 부위와 정도, 다른 척추 질환 동반 여부에 따라 적응증이 달라지므로 척추 전문의의 면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겨울철 요통 관리 측면에서 의료진은 예방적 접근을 강조한다. 차준용 과장은 추위에 노출되면 근육과 인대의 점탄성이 떨어져 작은 부상도 크게 번질 수 있다며, 평소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유연성을 기르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빙판길에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습관을 피하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선택해 넘어질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차가운 공기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얇은 복대나 보호대를 활용해 허리를 보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정형외과와 척추 전문병원들은 영상진단 장비와 최소 침습 수술 기법 도입을 확대하며, 계절 요인에 민감한 척추 질환에 보다 세분화된 치료 전략을 적용하는 추세다. 다만 겨울철 요통이 모두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초기 단계에서의 보존적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디스크로 진행하기 전 관리하는 것이 사회 전체 의료 비용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겨울이 척추 건강의 취약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인 만큼, 짧은 기간 반복되는 요통이라도 방치하지 말고 증상 패턴과 효과적인 관리 방법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고령 인구 증가와 디지털 영상진단 기술 발전에 따라 척추 질환 치료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소 침습 기술과 조기 진단 체계가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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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용#수원나누리병원#척추내시경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