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때 다 망쳤다며 분노”…특검, 김건희 계엄 개입 의혹은 증거 없다고 결론
정치적 책임 공방과 권력 사유화 논란을 불러온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싸고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주변을 향한 의혹이 다시 맞붙었다. 180일간 수사를 진행한 특검은 김건희 여사의 계엄 개입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리면서도, 사법 리스크가 계엄 선포의 배경 요인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5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비상계엄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다만 계엄 선포 당시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격렬하게 다퉜고,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당신 때문에 다 망쳤다며 분노했다는 보좌진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김건희를 보좌한 행정관과 당일 관저를 방문한 성형외과 의사 등 관련 인물을 모두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보는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관저 모임에 참석한 군인들도 전원 조사했다면서 김 여사가 관저 모임에 참석했거나 계엄에 관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텔레그램 등 메시지 기록을 바탕으로 볼 때 김 여사의 국정 개입이 상당했던 것으로 의심돼 특검팀도 의혹을 염두에 두고 수사했다고 했다. 그러나 계엄 당일 김 여사의 구체적인 행적은 확인하지 못했고, 계엄 개입을 입증할 증거나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이른바 김건희 사법 리스크가 비상계엄의 직접적 동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계엄 선포 시점과 배경을 형성한 요인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박 특검보는 비상계엄 선포의 동기와 목적은 권력 독점과 유지라고 규정했다. 그는 명태균 리스크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사가 직접적인 계엄 동기는 아니고, 계엄 선포 시기를 정할 때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목적이나 선포의 기저에 깔린 요소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 특검보는 리스크 해소를 권력 독점과 유지를 통해 한 번에 해소하겠다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권력 독점과 유지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안에 사법 리스크 해소가 포함돼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세간에서는 파면이라는 헌정사적 결말로 이어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배경과 동기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속돼 왔다. 특검 수사 결과는 계엄 선포 과정에서의 권력 유지 동기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법 리스크 은폐 시도와의 직접 연결 고리는 신중하게 선을 긋는 형태로 정리됐다.
한편 특검팀은 김 여사를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인물로부터 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심하게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계엄이 선포됐을 때 두 사람이 격렬하게 언쟁을 벌였고, 김 여사가 당신 때문에 다 망쳤다라는 취지로 윤 전 대통령에게 분노했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진술에 따르면 김 여사는 본인이 생각해 두었던 사안이 많았는데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망가졌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보는 김 여사가 계엄 선포에 분노했다는 취지라며, 계엄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기보다는 결과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한 정황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정·관가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브이 원, VIP 1보다 앞선 의미로 김 여사를 브이 제로라고 부르는 은어가 회자해 왔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김 여사의 언사와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관측이 반복되면서, 이번 계엄 사태에서도 김 여사의 역할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거세게 이어져 왔다.
특검팀은 이 같은 주변 평가와 별개로, 계엄 선포와 관련해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사전에 공모하거나 계엄을 모의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냈다. 박 특검보는 당일 행적과 이전 행적, 계엄 선포 이후 주변인 진술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함께 계엄을 계획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김 여사 간 관계 의혹도 근거를 찾지 못했다. 박 특검보는 두 사람이 만난 정황 등이 발견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군 정보 조직과 대통령 배우자 간 비선 접촉 가능성을 둘러싼 의혹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특검 수사 단계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무속인 천공과의 연루 의혹도 마찬가지 결론이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의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천공과 계엄을 논의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떠도는 소문만으로 소환 조사에 나설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했다며, 실체가 드러난 물증과 진술에 근거해 수사 범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발표를 계기로 계엄 선포의 책임 범위와 사법 리스크 연관성을 놓고 여야가 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여당은 특검이 김건희 여사의 직접 개입설을 부인한 대목을 근거로 과도한 의혹 제기를 비판할 수 있고, 야당은 권력 독점과 유지라는 동기 규정을 들어 윤 전 대통령 책임론과 수사 확대 필요성을 강조할 여지가 있다.
조은석 특검팀의 공식 수사가 종료되면서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법적 판단 공은 향후 사법당국과 국회의 후속 논의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는 특검 결과를 토대로 계엄 책임 규명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고, 정치권은 권력 사유화 논란과 사법 리스크 공방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