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비행안전구역이라도 재산권 보장돼야"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에 협력 요구
군 비행안전구역을 둘러싼 군 당국과 지역사회의 충돌이 국민권익위원회 판단으로 다시 부상했다. 비행 안전을 위한 고도 제한을 유지하되, 해당 지역 주민과 기업의 최소한의 재산권 행사는 허용돼야 한다는 권익위 권고가 나오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5일 국방부와 해군, 포항시에 대해 포항시 비행안전 제2구역 내 건축물이 제한 고도를 초과하더라도 주민과 기업인이 최소한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해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권익위 판단은 포항 지역 민원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나왔다.

권익위에 따르면 포항시 비행안전 제2구역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을 둔 기업인 11명과 주민 291명 등 총 302명은 공장 건물과 노후 아파트, 침수 피해를 겪은 주택 등을 증축하거나 개축하려 했으나 해군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해군이 비행안전 제한 고도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일괄 부동의하면서 건축 행위가 모두 막힌 상황이다.
민원을 제기한 주민과 기업인들은 비행 여건과 지형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주변에 이미 높은 산들이 있고, 항공기는 산 정상보다 높은 곳에서 이착륙하고 있는데도 법령을 이유로 무조건 부동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고도 기준만을 근거로 해군이 재량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권익위 조사 결과 비행안전 제2구역의 제한 고도가 지표면 아래로 지정돼 주민과 기업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행위가 군과의 협의 대상이 되는 구조라는 점도 드러났다. 권익위는 "해당 구역의 제한 고도는 지표면 아래 지정돼 결국 기업과 주민들이 모든 행위를 군과 협의해 동의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과도한 규제가 생활 안전까지 저해한 사례도 지적됐다. 권익위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입구에는 인도가 개설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인도 설치를 위한 공사 역시 비행안전구역 규제에 묶이면서 추진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익위는 군 공항과 인접한 지역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산권 침해와 안전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조정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해군에 대해 비행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건축 허용 기준과 심사 절차를 보다 합리적으로 정비할 것을 주문했고, 포항시에는 군과의 협의 체계를 강화해 주민 불편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다만 권익위는 군사시설 보호와 주민 재산권 보장이 충돌하는 구조가 포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시사했다. 다른 군 비행장 주변 비행안전구역에서도 유사한 민원이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와 국회가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 제도 개선을 논의해 온 만큼, 이번 권익위 판단이 관련 법령과 시행 기준 조정 논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방부와 해군, 포항시는 권익위 의견을 토대로 협의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국회도 군사시설 규제와 주민 재산권 사이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