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우려에 위험자산 직격탄”…아시아 증시 동반 급락, 연준 불확실성에 변동성 확대
현지시각 기준 21일, 한국·일본(Japan)·대만·중국(China)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미국(USA)발 인공지능(AI) 투자 거품 논란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불확실성이 겹치며 일제히 급락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기술·성장주 전반에 대한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 모두에 조정 압력을 키우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흐려진 가운데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부각된 점이 이번 조정의 핵심 배경으로 거론된다.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21일 전 거래일 대비 3.79% 떨어진 3,853.26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 낙폭이 확대됐다.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는 5.77%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8.76% 급락해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보여줬다. 코스닥 지수도 같은 날 3.14% 내리며 중소형 성장주 중심 시장으로도 매도 압력이 확산됐다. AI와 반도체, 2차전지 등 그동안 유동성이 집중됐던 섹터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다.

일본 증시에서도 위험 회피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났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장 대비 2.4% 낮은 48,625.88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정보통신·투자 기업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10.9% 급락해 기술·성장 섹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일본 시장에서 AI,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 관련 종목에 매물이 집중되면서 지수 하락 압력이 강화됐다.
대만 증시도 반도체 중심으로 조정 폭이 커졌다. 자취안지수(TAIEX)는 3.61% 떨어진 26,434.94에 마감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 주가는 이날 5%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AI 서버와 칩 수요 기대를 바탕으로 치솟았던 대만 반도체주의 단기 과열 논란이 미국발 AI 거품론과 맞물리면서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본토 및 홍콩 시장도 동반 약세였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45% 하락했고, 선전종합지수는 3.43%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 역시 2.38% 내리며 중화권 증시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됐다. 중국 기술·플랫폼 기업과 반도체 관련 종목이 조정을 받으면서, 이미 경기 둔화 우려를 안고 있던 중화권 시장에 추가 부담이 더해진 모습이다. 이 같은 조치는 아시아 전역에서 AI·기술주 중심 랠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아시아 증시 급락에는 하루 앞선 미국 뉴욕 증시 조정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84%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6% 떨어졌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지수는 2.15% 하락하며 AI·기술주 중심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흐름을 보였다. 나스닥 지수의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는 5%에 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조치를 내놓으며 시장 불안이 커졌던 지난 4월 9일 이후 가장 큰 변동 폭으로 집계됐다.
미국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양호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주가에 대한 거품 논란이 계속 불거졌다. AI 모델 개발 스타트업과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외부 차입까지 동원해 대규모 자본 지출을 이어가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들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AI 투자에 과도한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수익성 우려는 AI 거품론을 부각시키며 관련 종목의 주가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향방을 둘러싼 혼선도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9월 미국 고용보고서가 강·약 지표가 뒤섞인 형태로 발표되면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한 점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달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을 65%로 반영했다. 같은 시점 기준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35%로 나타났다. 전날에 비해 금리 동결 확률이 5%포인트 낮아지며 시장의 통화정책 전망이 다소 변화한 점도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통 금융시장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조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코인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21일 낮 3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7% 넘게 떨어진 8만6천79달러까지 하락했다. 비트코인은 19일 7개월 만에 9만달러 선을 밑돈 이후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가며 조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고위험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암호화폐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주요 매체와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조정을 AI 거품 논쟁과 연준 정책 불확실성이 결합한 구조적 스트레스로 해석하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과 현금흐름으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과정에서 주가와 코인 가격이 반복적인 급등락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명확한 금리 경로 제시와 AI 산업의 수익성 검증이 이뤄지기 전까지 글로벌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 국면이 쉽게 진정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는 향후 FOMC 결과와 미국 기술주의 흐름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추가 파장을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