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폴더블폰 전면에”…삼성,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완판으로 폼팩터 경쟁 점화
폴더블 스마트폰 폼팩터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 선보인 2회 접기 구조의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국내 공식 판매 개시 직후 초도물량을 빠르게 소진하며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를 흐리는 이 폼팩터는 대화면을 바탕으로 생산성과 인공지능 기반 사용성을 동시에 겨냥해, 정체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2일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을 포함한 전국 20개 매장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트라이폴드는 회사가 처음 양산한 2번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출고가 359만400원, 16GB 메모리와 512GB 저장용량, 크래프티드 블랙 단일 색상으로 구성됐다. 통신사 약정 없이 완전 자급제로만 판매하는 고가 전략이지만, 온라인 초도 물량은 판매 시작 약 5분 만에 품절 상태에 돌입했다.

제품 구조의 핵심은 2회 접기 인폴딩 방식이다. 펼쳤을 때 253밀리미터, 대략 10형급 화면을 제공하고, 접었을 때는 164.8밀리미터, 약 6.5형 수준의 바 타입 화면으로 동작한다. 화면 양쪽을 모두 안으로 접는 인폴딩 구조를 채택해 메인 디스플레이 노출을 최소화하고, 힌지 동작 과정에서 이상이 감지되면 화면 알림과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자동 알람 기능을 더했다. 접었을 때 두께 12.9밀리미터, 펼쳤을 때 가장 얇은 부분 3.9밀리미터로, 기존 갤럭시 폴드 시리즈 대비 슬림화를 강조했다.
연산 성능과 카메라 사양도 플래그십 기준을 맞췄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모바일 플랫폼을 탑재해, 다중 앱 실행과 대화면 환경에서의 고부하 연산을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후면에는 2억 화소 광각 카메라를 적용해, 고해상도 이미지 촬영과 크롭 편집 등의 활용성을 높였다. 폴더블 구조 특성상 힌지 영역과 패널 배치에 제약이 존재하지만, 카메라 모듈 두께와 방열 구조를 조정해 슬림한 폼팩터 안에 하드웨어를 집적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배터리는 트라이폴드 전용 설계가 적용됐다. 총 용량 5600밀리암페어시로 역대 갤럭시 폴더블 가운데 최대 용량이며, 3개의 패널 각각에 3셀 배터리를 분산 배치해 전력 공급 균형과 발열 분산을 함께 고려했다. 고해상도 대화면과 고성능 AP 구동에 따른 전력 소모를 상쇄하기 위해 최대 45와트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 사용시간과 충전시간 간 균형을 맞추려는 구도다.
이번 제품의 차별 포인트로 삼성전자는 대화면 기반 생산성과 인공지능 최적화를 내세우고 있다. 완전히 펼친 상태에서는 최대 3개의 앱을 나란히 띄우는 멀티 윈도우 기능을 기본 제공하며, 각 앱 창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폴더블 특유의 화면 비율을 활용해 문서 편집, 화상회의, 메신저를 동시에 띄우는 방식의 멀티태스킹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설계다. 우측 디스플레이 하단 태스크바에는 최근 사용 앱을 모아 한 번의 터치로 재실행할 수 있도록 해, PC 운영체제와 유사한 작업 흐름을 모바일에 이식하는 접근이다.
갤럭시 AI 기능 역시 트라이폴드 화면 비율에 맞춰 최적화됐다. 통역, 요약, 생성형 편집과 같은 갤럭시 AI 기반 기능을 멀티 윈도우와 조합할 경우, 한쪽 화면에서 콘텐츠를 열고 다른 화면에서 실시간 번역·요약을 수행하는 방식의 사용성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AI 기능이 단일 앱 내 보조 기능 수준에 머무르던 이전 세대와 달리, 전체 화면 레이아웃 차원에서 AI와 생산성 앱을 동시에 배치하는 구조로 진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 트라이폴드는 폴더블 세그먼트 내 추가 세분화를 예고하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기존 폴더블이 세로 접기 플립과 가로 접기 북 타입 2축에 머물렀다면, 2회 접기 트라이폴드는 태블릿급 사용성을 전면에 내세운 상위 카테고리를 겨냥한다. 대화면을 중시하는 업무·콘텐츠 소비 사용자를 겨냥해, 패블릿과 태블릿을 동시에 대체하는 하이브리드 디바이스로 포지셔닝할 가능성이 있다. 초도 물량이 5분 만에 동나며 수요를 모두 가늠하기는 이르지만, 프리미엄 수요층에서의 실험적 수용성은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이 이미 다수의 폴더블 라인업을 갖춘 상황이다. 다만 2회 접기 구조의 상용화에서는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시장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복수의 힌지와 다중 패널 구조는 내구성, 무게, 두께, 수율 측면에서 설계 난도가 높기 때문에, 양산 안정성을 확보한 업체가 초기 시장에서 상징성을 선점할 수 있다. 향후 중국과 미국 제조사들이 유사 폼팩터를 내놓을 경우, 디스플레이 기술력과 힌지 구조, 배터리 설계에서의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직접적인 제약 요소가 크지 않지만, 폴더블 특유의 복수 화면 구조와 고가 자급제 판매 방식이 소비자 보호 이슈와 맞물릴 여지는 있다. 삼성전자는 트라이폴드 디스플레이 파손 시 수리비 50퍼센트 할인 정책을 제시했으나, 스마트폰 보증 서비스인 삼성케어플러스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고가 하드웨어인 만큼 내구성, 수리 비용 등에 대한 이용자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 서비스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한국 출시를 시작으로 중국,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역별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폴더블 비중이 높거나 프리미엄 수요가 강한 시장에서 우선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전망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트라이폴드가 즉각적인 대중화를 이끌기보다는, 폴더블 2막을 여는 상징 제품 겸 기술 데모 성격을 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2회 접기 구조가 본격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면, 태블릿과 노트북 영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화면과 AI를 결합한 사용 경험이 어느 수준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폼팩터 혁신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모바일 컴퓨팅 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고가 틈새 제품을 넘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