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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가을비와 고요한 파도”…동해 양양의 풍경이 전하는 깊은 쉼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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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원도 양양군에는 가을비 내리는 날이 이어진다. 예전엔 비 내리는 바닷가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런 고요함과 촉촉함이 휴식의 일상이 됐다.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고, 시원한 바닷바람과 낮게 깔린 온도는 계절의 변화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양양에선 비 오는 날에도 그윽한 매력을 품은 곳들이 많다. 동해 바다를 곁에 둔 낙산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로, 깊어진 가을빛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진다. 빗물이 고요히 내리는 경내, 고즈넉한 바람과 은은한 정취가 마음을 다독인다. 실제로 사찰을 찾은 여행객들은 “파도 소리에 스며드는 가을비가 생각보다 따스하게 느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양양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양양

하조대는 해안 절벽 위로 펼쳐진 소나무숲과 기암들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이름이 높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회색빛 바다가 밀려오고, 바롬한 해풍이 온 공기를 채운다. 해돋이와 해질녘엔 “모두가 조용해지는 순간, 바다가 주는 위로가 진하게 전해진다”고 소셜미디어에 남기는 이들도 많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서 양양을 찾는 비성수기 여행객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설악산과 점봉산이 품은 송천리마을에선 전통 떡 문화를 고스란히 잇는다. 이곳에서는 꿀 내린 벌집과 직접 재배한 찹쌀로 만든 인절미, 계피떡, 바람떡 등 다양한 떡을 맛볼 수 있다. 마을을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손수 떡을 빚고 먹으니 오래전 시골 할머니 집에 온 듯했다”며, 허심탄회한 감상을 전한다. 마을 어르신들은 “떡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소중한 문화이고, 그 시간 속에서 다시 계절을 체감한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을에 비 오는 날 바다를 보러 양양에 꼭 가고 싶다”, “전통 떡 체험이 매력적이다” 등 일상에서 달아난 틈새를 채우고자 자연스레 양양을 찾는 이들이 많다.

 

양양의 가을은 비 내리는 날에도 오히려 더 깊은 쉼과 천천히 살아가는 감각을 선물한다. 작은 기운의 변화지만, 마음은 그 안에서 넉넉함을 배운다. 여행은 끝나도, 이 계절의 순간들은 오래도록 삶에 남아 우리를 다독인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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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낙산사#하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