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식 SNS연령제한 검토”…김종철, 청소년보호 규제 논의 예고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이용을 법으로 제한하는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호주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SNS 접속을 전면 제한하는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가운데, 방송미디어와 통신 정책을 총괄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수장을 앞둔 후보자가 이와 유사한 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의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IT업계와 시민사회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호주의 아동·청소년 SNS 접속 금지 조치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면서 “국내에서도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호주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도 같은 방향의 규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당연하다”고 답해, 향후 방미통위 출범 시 관련 정책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후보자는 정보통신 기술 발전이 가져온 부작용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정보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해악들을 초래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SNS 과몰입이나 휴대폰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 확증편향이 심화되는 문제가 전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여기에 대한 대응책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NS 알고리즘에 기반한 맞춤형 정보 노출 구조가 청소년의 편향된 인식과 중독적 사용 패턴을 강화하고 있어, 규제와 보호정책을 아우르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과사용 문제는 이미 교육과 보건, 복지 분야에서 주요 정책 이슈로 떠올라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용 시간 관리, 유해 콘텐츠 차단, 개인정보 보호 등 기술적·행정적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왔고, 특정 연령층의 SNS 접속 자체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은 없었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플랫폼 규제 중심에서 이용 연령과 접근 구조를 직접 겨냥하는 규제 시나리오까지 정책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호주는 지난 10일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을 시행하며 청소년 SNS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제한과 유해 콘텐츠의 신속 삭제 의무 부과다. 적용 대상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튜브, 틱톡, X, 스냅챗, 레딧, 트위치, 킥 등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10개 플랫폼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이 16세 미만 이용자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할 경우 최대 4천950만 호주달러, 우리 돈 약 4백8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특히 이번 호주 법제는 연령 인증과 알고리즘 설계 방식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실명 기반 가입이 보편화된 국내와 달리, 다수 글로벌 플랫폼은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계정을 개설할 수 있어 청소년 연령 확인이 쉽지 않다. 호주는 법을 통해 플랫폼 스스로 연령 확인과 접근 제한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유도하면서, 동시에 불법·유해 콘텐츠를 신속히 삭제하지 않을 경우도 제재 대상으로 포함했다. 글로벌 SNS 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 설계와 운영 방식 전반을 조정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에 유사한 청소년 SNS 접속 제한 법제가 도입될 경우, IT업계와 통신사, 학교와 가정 모두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가입 절차부터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신고·삭제 프로세스까지 손봐야 하고,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도 청소년 요금제와 자녀 보호 기능을 재설계해야 할 수 있다.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학습과 소통 수단으로 활용해 온 SNS 접근이 제한될 경우의 대체 수단과 교육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미 아동·청소년 보호를 둘러싼 SNS 규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플랫폼의 알고리즘 설계와 데이터 수집·활용에 대해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법안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이 호주와 유사한 연령 제한 모델을 채택할 경우,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기업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와의 규제 갈등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김 후보자는 방미통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청소년 보호를 핵심 정책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자유로운 소통 환경을 누리는 게 최대의 과제”라며 “이런 청소년 보호 문제는 중요한 과제 중에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는 중요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발언을 계기로, 향후 방미통위가 SNS와 디지털 플랫폼 규제, 아동·청소년 보호 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IT·바이오 융합 산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실제 입법과 제도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