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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4차 발사 임박”…한화·우주항공주 급등 국내 우주산업 재편 신호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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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네 번째 발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우주·항공 산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발사 관제와 기술 검증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투자자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주요 우주항공 관련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사를 민간 주도 발사체 체제로의 본격 전환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보며, 향후 위성 발사 서비스와 방산·우주 인프라 사업 확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58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보다 1만 7000원 오른 87만 6000원에 거래 중이다. 상승률은 1.98퍼센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발사체 전체 제작과 통합 조립을 총괄하는 핵심 민간 사업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계·기술 검증과 발사 운용을 담당하면서 민관 협력 구조가 구축된 형태다.

같은 시각 한국항공우주는 2.12퍼센트 상승한 11만 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항공기와 위성 플랫폼 역량을 갖춘 한국항공우주는 발사체와 위성, 지상체를 아우르는 국내 우주 인프라 밸류체인에서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퍼스텍, 태웅 등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며 우주·항공 테마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내일 새벽으로 예정돼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전날 누리호를 발사대로 이송한 뒤 기립과 고정 작업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발사대 이송과 기립은 발사체 구조 안정성, 발사대 인터페이스, 지상 설비 연동성을 종합 점검하는 과정으로, 실제 발사 환경을 재현해 기계적·전기적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다. 특히 이번 4차 발사는 구조·추진 성능 검증을 넘어 상업 발사 서비스 전 단계에 해당하는 운용 능력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술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절차는 발사대에 고정된 누리호에 전원과 추진제를 공급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로 구성되며, 초저온 상태에서 고압으로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발사팀은 엄빌리컬 연결을 통해 전원과 추진제를 공급하고, 자세 제어계, 기밀 점검 등 각종 시스템 시험을 반복 수행하게 된다. 초당 수천 개 이상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이상 신호를 잡아내는 관제 기술은 우주 발사체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추진제 충전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27일 새벽 0시 54분부터 1시 14분 사이에 발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한국형 발사체로는 첫 새벽 발사로, 상업 위성 발사 시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궤도·시간대 운용 능력 검증이라는 의미도 더해진다. 다만 기상 상황에 따라 일정과 세부 절차 조정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이번 발사를 계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체계종합기업 지위를 발판으로 향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 반복 사용 발사체, 군 정찰위성 발사 수요 등에 참여 범위를 넓힌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발사서비스는 발사체 제작, 위성 통합, 지상 관제까지 연결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방산과 민간 우주 비즈니스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권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내년 영업이익을 4조 6359억 원으로 전망하면서 기존 145만 원이던 목표주가를 150만 원으로 상향 제시했다. 그는 수출 파이프라인이 내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방산과 우주 부문의 수주 잔고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봤다. 누리호를 비롯한 발사체 사업은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 가치의 재평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민간 발사체 기업 중심의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스페이스X가 저비용 재사용 발사체로 상업 위성 발사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유럽과 인도 역시 자국 발사체를 활용한 위성 발사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누리호를 기반으로 한 독자 발사 능력 확보가 다수 위성 발사 프로젝트, 위성통신, 지구 관측, 군 정찰체계 고도화의 필수 인프라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우주항공청 출범과 맞물려 향후 발사체 관련 규제 체계와 인증 제도 정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발사체 운영 안전 기준, 잔해물 관리, 발사 허가 절차 등은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을 전제로 국내 기준을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상업 발사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발사 보험, 책임 배상 범위, 발사장 인프라 이용료 체계도 산업 발전 수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누리호의 안정적인 반복 발사가 가능해질 경우 위성 개발과 데이터 서비스, 지상 인프라까지 이어지는 국내 우주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 성공 여부뿐 아니라 누적 발사 데이터 확보와 민간 참여 확대 속도가 한국형 우주산업 경쟁력을 가를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산업계는 누리호 4차 발사가 실제 시장 수요와 연결되며 민간 우주 비즈니스로 안착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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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누리호#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