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과 잔잔한 바람”…김천의 조용한 온기, 고즈넉한 사찰과 미식이 함께한다
김천을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예전엔 고즈넉한 사찰이나 한적한 산책길은 조금 낯선 선택지였지만, 지금은 느린 걸음의 여유를 찾는 이들의 일상이 됐다.
흐린 가을 하늘 아래, 경상북도 김천시는 조용히 그 매력을 드러낸다. 기온은 살짝 오르고 바람은 잔잔해, 하루를 걷기에 더없이 포근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SNS에선 사계절 변화하는 김천 풍경과 빵 냄새가 은근한 베이커리 인증 사진이 자주 오르내린다.

직지사는 신라의 세월을 머금은 전각과 울창한 숲길로 유명하다. 가을이면 불타는 듯한 단풍이 경건한 분위기를 더한다. 사명대사공원도 여유로운 산책로와 다양한 문화 체험으로 소문난 곳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고즈넉한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경험은 최근 인기 상승 중이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김천의 사찰·근교 여행객은 최근 3년 새 꾸준히 증가했다. 젊은층은 베이커리, 로컬 카페 등 ‘동네의 맛’을 즐기는 데에 적극적이고, 가족 단위로도 문화체험과 자연을 곁들이는 경향이 강해졌다.
베이커리 카페 메타1976, 로컬푸드복합센터 내 팜앤키친 라비브 김천본점 같이 신선한 지역 식재료를 내세운 공간들이 최근 여행 코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내부는 넓고 따뜻한 조명 아래, 창밖 풍경과 함께 커피·디저트를 즐기려는 이들로 부드러운 웅성임이 가득하다.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음식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방문객들은 표현했다.
작은 파스타집에는 이른 오후부터 소박한 줄이 선다. 당일만 준비되는 신선한 요리를 ‘기다려서라도’ 먹겠다는 다정한 열기가 감돈다.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공간에서 식사하는 시간,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라고 한 손님은 말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혼자 티타임 하러 가기 좋은 곳”, “직지사 산책 후 빵집 코스는 필수” 등 느슨하게 이어지는 추천이 이어진다. 여럿이 아니어도, 꼭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느긋한 하루의 가치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천의 흐릿한 오후, 사찰과 문화공간, 그리고 빵과 커피. 작지만 오롯한 선택들이 일상의 리듬을 물들이고 있다. 여행은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잔잔한 바람과 함께 한적한 길을 걷는 그 순간, 스스로에게 한 발 더 가까워지는 법이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