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흑자 1조달러 눈앞”…중국(China), 수출 의존·환율 왜곡 우려에 글로벌 긴장 고조
현지시각 기준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중국 정부 간 연례 협의 결과가 공개되면서, 중국(China)의 상품 무역 흑자가 사상 처음 연간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평가는 중국 경제의 수출 의존 구조와 위안화 환율 불균형에 대한 경고를 동반하며 주요 교역 상대국과 국제사회에 새로운 긴장 요인이 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10일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낮은 인플레이션이 실질실효환율의 큰 폭 하락을 불러와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결과 중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대규모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중국이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내수 기반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기존의 수출 주도 성장 전략만으로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는 1조759억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추세가 유지될 경우 연간 기준으로 중국의 상품 무역 흑자는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 교역 상대국인 미국(USA)과의 교역에서는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이 18.9% 감소하고 대미 수입도 13.2% 줄어 상호 교역 규모가 함께 축소됐다. 한미 간 관세 갈등 완화와는 별개로, 미중 간 교역 구조가 점차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는 셈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국의 수출 주도 전략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무역 긴장이 더 고조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무역 흑자 축소를 포함해 구조적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재정·통화·구조개혁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가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중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와 환율 구조가 글로벌 무역 질서에 구조적 부담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IMF의 인식은 유럽연합(EU) 측의 문제 제기와도 맞닿아 있다.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중국의 막대한 무역 흑세가 통상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올해 위안화 가치는 유로화(EUR) 대비 10년 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연초 이후 유로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7.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EU 측은 이 같은 위안화 약세가 무역 구조와 환율 측면에서 불균형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한다.
옌스 에스켈룬드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의 위안화 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형성된 상황은 사실상 수출 보조금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실질실효환율이 중국과 주요 교역 상대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두고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반덤핑 조사, 추가 관세 부과 등 방어적·보복적 무역 조치를 선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환율 정책과 관련해 시장 원칙을 존중하고 정치적 목적의 환율 조작을 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 중국 인민은행과 관련 당국은 위안화 환율이 시장 수급과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으며 인위적인 평가절하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서방 각국은 중국의 거시 정책, 자본 규제, 개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중국 국내 경제 여건도 불균형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산업 부문의 공급 과잉이 겹치며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2% 하락해 3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장기간 이어진 기업 출고가격 하락은 제조업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반면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해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국가통계국은 이번 상승이 변동성이 큰 식품 가격 오름세에 주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구조적 내수 회복보다는 일시적 가격 요인이 작용한 만큼, 중국 경제 전반에 안정적 물가 상승 추세가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IMF는 이날 중국의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도 내놓았다. IMF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5.0%, 내년을 4.5%로 제시하며 지난 10월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상향 조정 배경으로는 중국 정부의 거시경제 부양책 확대,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 관세 갈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돼 대중 관세 수준이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꼽혔다.
IMF는 이러한 요인이 중국 경기의 단기적 하방 압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동시에 대규모 무역 흑자와 환율·무역 구조의 불균형을 관리해야 할 과제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수출 의존형 회복이 강화될수록 서방 국가들의 견제 논리가 힘을 얻고, 반덤핑·보조금 규제 등 통상 수단이 동원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미국 주요 매체들도 최근 중국의 대규모 흑자가 미국과 EU의 정책 대응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가 미중 전략경쟁과 EU의 대중 리스크 관리 전략과 맞물리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내수 확대와 서비스 산업 육성, 사회 안전망 강화를 통해 성장 모델을 전환하지 못할 경우,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국제 통상 마찰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사회는 IMF의 경고 이후 중국이 어떤 구조개혁과 정책 조정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