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루 새 500억달러 몰렸다”…인도(India), MS·아마존 AI 투자에 글로벌 허브 부상 전망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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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9~10일, 인도(India) 전역을 무대로 미국(USA)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인도가 글로벌 AI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행보는 AI 인프라와 서비스 분야에서 인도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지털 경제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각 기준 9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MS)는 향후 4년간 인도에 175억달러를 투입해 AI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AI 서비스를 도입하며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0일에는 아마존(Amazon)이 인도 AI 분야에 3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와 별도로 이미 인도 시장에 약 400억달러 규모의 AI 관련 투자를 집행한 상태다. 여기에 구글(Google)도 인도 남부에 조성 중인 새로운 AI 허브에 150억달러를 들여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도를 향한 글로벌 기술기업의 투자 러시가 가속하는 모양새다.

인도, MS·아마존에서 하루 500억달러 AI 투자 유치…AI 허브 부상
인도, MS·아마존에서 하루 500억달러 AI 투자 유치…AI 허브 부상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인도의 유리한 AI 인프라 여건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Japan), 중국(China), 싱가포르(Singapore) 등 아시아 주요 데이터센터 입지 국가는 이미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데다 가용 부지가 부족해 신규 대규모 시설 건설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인도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가능한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있고,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전력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늘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AI 인프라에 대한 실수요가 뚜렷한 점 역시 빅테크 투자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인도에서는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각종 디지털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며, 새로 구축되는 데이터센터가 낮은 가동률로 유휴 상태에 빠질 위험이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디피카 기리 리서치·빅데이터·AI 총괄은 CNBC와 인터뷰에서 “인도는 중요한 위상의 시장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지출과 관련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지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도가 단순한 생산 기지나 서비스 아웃소싱 대상이 아니라, AI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성장하는 전략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 인력 측면에서도 인도만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기초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로 평가되지만, 오랜 기간 IT(정보기술) 서비스 산업을 통해 축적한 숙련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CNBC는 업계 시각을 인용해 인도가 기업과 시장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AI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데 특히 강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즉, 초대형 AI 모델을 만드는 국가와의 직접 경쟁보다는, 이를 현장에 맞게 구현하고 통합하는 ‘응용·실행 허브’ 역할에 강점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14억 명에 이르는 인도의 인구 규모와 대규모 내수 시장도 AI 산업 성장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평가된다.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층이 두텁게 형성될 경우,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해 AI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AI 역동성 랭킹’에서 인도는 AI 기술 활용 역동성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 지표는 각국이 AI 기술을 얼마나 활발하게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도의 ‘실사용 기반’ 강점을 수치로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이 같은 지표와 시장 여건을 토대로 미국 주요 AI 서비스 업체들은 인도를 당장의 소비 여력은 선진국보다 낮지만 향후 성장을 위해 반드시 선점해야 하는 전략 시장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CNBC는 오픈AI(OpenAI), 구글,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미국 AI 기업들이 자사 AI 도구를 인도 사용자 수백만 명에게 무료로 제공하며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저가 혹은 무료 서비스로 사용자를 대거 확보한 뒤, 중장기적으로 유료 서비스 전환과 기업용 솔루션 확산을 노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인도를 둘러싼 글로벌 AI 투자 경쟁은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지털 경제 지형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에서 인도가 우위를 확보할 경우, 주변국의 인프라·전력·규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막대한 외국인 투자가 인도의 디지털 주권과 데이터 보호 정책에 어떤 조정 압력을 가할지에 대한 논의도 뒤따를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인도가 글로벌 AI 허브로 자리 잡는 과정이 향후 기술·경제 질서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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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