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내에서 승객 3명 폭행·살해 협박”…만취 사회복지사, 다중 혐의로 기소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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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북아일랜드 출신 사회복지사가 이집트 휴양지로 향하던 항공기 안에서 만취 상태로 승객들을 폭행하고 살해를 협박한 사건이 드러나며, 항공기 내 난동 대응과 국제 관할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피의자는 조종사의 안전 관련 지시까지 거부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사건은 2025년 5월 21일(현지시간) 벨파스트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이지젯(EasyJet) EZY3077편 항공기가 이집트 휴르가다 공항 활주로에 정차해 있던 동안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나딘 누겐트(35)는 기내에서 두 여성과 한 남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행기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비행기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누겐트는 기내에서 승객 3명을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살해 협박을 하고 조종사가 항공기와 탑승자, 재산의 안전을 위해 내린 적법한 명령에도 불복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위협적·모욕적·공격적인 행동을 한 혐의와 함께 기내 음주 상태와 관련한 다수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재판은 북아일랜드 앤트림 치안법원에서 진행됐으나, 누겐트는 첫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서는 사건 행위 대부분이 이집트 휴르가다 공항 활주로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지적되며, 어느 국가의 법을 우선 적용할지에 대한 국제 관할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누겐트의 변호인 크리스 셰러드는 이번 사건이 국제 항공 관련 규범인 도쿄 협약(Tokyo Convention)의 적용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셰러드는 “항공기 내 난동과 관련해 기장과 승무원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인정하는 도쿄 협약의 해석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말하며, 관할과 책임 범위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 협약은 통상 항공기가 등록된 국가를 기준으로 형사 관할권을 부여하되, 항공기가 착륙한 국가도 일정 부분 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국제 협약이다. 이 때문에 벨파스트를 출발한 항공기에서 이집트 공항 활주로에 정차 중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어느 국가 사법당국이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가 법원 심리 과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또 누겐트가 2023년부터 사회복지사 업무에서 정직 상태에 있으며, 이 조치는 현재의 형사 기소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누겐트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향후 유죄 판단이 내려질 경우 자격 유지·복귀 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누겐트 측의 공식 입장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피의자가 첫 공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사실관계 인정 여부와 구체적인 해명은 다음 재판 일정 이후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항공기 내 폭력과 난동은 승객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각국 항공사와 규제 당국은 기내 음주 및 위협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도쿄 협약 적용과 관할권 판단을 둘러싼 법적 쟁점과 함께, 기내 안전 관리와 난동 승객 처벌 기준을 되짚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 당국은 향후 추가 공판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세부적으로 검증하고, 국제 협약과 국내법 적용 범위를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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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딘누겐트#이지젯#도쿄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