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엔비디아 6%대 급락했지만 우크라 평화 기대”…미국 증시 혼조, 유럽은 강세로 화답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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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25일 오전,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개장한 뉴욕증시는 대표 성장주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잠재적 평화협정 기대가 맞물리며 3대 지수가 엇갈린 흐름으로 출발했다. 지정학적 완화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를 뒷받침하면서 하락 폭은 제한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나온 평화협정 관련 신호가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현지시각 기준 이날 오전 10시 15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5.29포인트(0.25%) 오른 4만6,563.56을 기록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4.33포인트(0.21%) 내린 6,690.7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50.59포인트(0.66%) 떨어진 2만2,721.41로 집계됐다. 엔비디아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기술주 전반에 매도세가 번진 가운데, 경기 방어 성격이 강한 종목과 우크라이나 관련 완화 기대가 지수 하락을 일부 상쇄한 흐름이다.

뉴욕증시, 엔비디아 6%대 급락 속 혼조…우크라 평화협정 기대에 낙폭 제한
뉴욕증시, 엔비디아 6%대 급락 속 혼조…우크라 평화협정 기대에 낙폭 제한

시장 초점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 구도 변화에 맞춰졌다. 시가총액 5조를 처음 돌파하며 AI 붐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엔비디아 주가는 메타 플랫폼스가 구글이 설계한 AI 칩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 초반 6% 넘게 급락했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학습과 추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던 구조에서 주요 빅테크가 자체 칩 개발이나 대체 공급선 확보를 모색해 온 만큼, 메타의 움직임이 공급선 다변화 신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반대로 AI 칩 수혜 기대가 부각된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같은 시각 2% 이상 오르며 기술주 내에서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 통신, 소비재 등이 강세를 보였고, 기술·에너지 업종은 약세를 나타냈다. AI 산업 내 경쟁 심화와 에너지 가격 조정이 동시에 반영된 구도다.

 

개별 종목에서도 뉴스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USA) 소매판매점 콜스는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주가가 30% 넘게 급등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는 UBS가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한 영향으로 1% 이상 상승했다. 반면 스포츠용품 유통업체 딕스스포팅굿즈는 구조조정 계획의 하나로 풋락커 일부 매장 폐점을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돼 4% 가까이 하락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측면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이 부각되며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 신호를 줬다. 미국(USA) 방송사 ABC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잠재적 평화협정 조건과 관련해 미국 측과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관료는 ABC에 “우크라이나는 그 평화협정에 동의했다”며 “정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조금 남아 있지만, 그들은 평화협정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접어든 가운데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평화협정 기대감은 그간 에너지·곡물 가격 불안과 공급망 차질의 근원으로 작용해 온 전쟁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며, 미국과 유럽 증시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쟁 발발 이후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던 유럽 에너지 안보 우려도 중장기적으로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가 일부 반영되고 있다.

 

경제지표는 다소 엇갈렸다. 민간 고용 정보업체 ADP에 따르면 이달 8일까지 4주 동안 미국 민간 고용 예비치는 주 평균 1만3천5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냉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수치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해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생산 단계의 물가 압력이 추가로 확대되지 않은 점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부분적으로 덜어주는 재료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 9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 0.4% 상승과 전월치 0.6% 증가에 모두 못 미쳤다. 소비 여력이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성장 모멘텀 약화 우려를 키웠다.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8.7로 집계돼 전망치 93.5를 크게 하회했고,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금리 기조와 인플레이션 피로감이 소비 심리를 제약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일부 자산운용업계에서는 AI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파레스 헨디 프레부아르 자산 운용 글로벌 펀드 매니저는 “엔비디아는 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3% 하락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능하는 시장 경제에서는 구글이 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건전한 일이며, 이는 이 분야의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줄 뿐”이라고 평가해, 단기 주가 조정과 장기 성장성은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기대를 강세로 화답했다. 유로존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전장보다 0.55% 오른 5,558.87에 거래됐다. 영국(Britain) FTSE100 지수는 0.54% 상승했으며, 프랑스(France) CAC40 지수와 독일(Germany) DAX 지수도 각각 0.83%, 0.72%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에너지·재정에 부담을 줘 온 만큼, 평화협정 가능성은 유럽 투자 심리를 특히 강하게 지지하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같은 이유로 약세를 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정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지정학적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근월물인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77% 내린 배럴당 57.21달러에 거래됐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앞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평화협정 문서에 서명할지, 또 합의 내용에 영토 문제와 안보 보장이 어떻게 담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시에 미국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경로, AI 산업 내 경쟁 구도가 겹치면서 글로벌 자산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평화협정 기대와 AI 기술 패권 경쟁이 향후 국제 금융시장과 안보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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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우크라이나평화협정#뉴욕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