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유사 누리집 급증…한국소비자원, 결제 피해 경고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확산이 새로운 소비자 피해를 낳고 있다. 유명 AI 서비스와 화면 구성과 로고까지 비슷하게 만든 이른바 생성형 AI 유사 누리집이 검색광고를 통해 노출되면서, 소비자가 공식 서비스로 오인해 유료 결제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같은 피해가 국제거래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환불·분쟁 해결이 더욱 어렵다며, 생성형 AI 이용 시 공식 주소와 결제 수단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소비자원은 15일 챗지피티 등 유명 생성형 AI와 유사한 누리집을 통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10월 25일까지 국제거래 소비자포털과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생성형 AI 유사 누리집 관련 상담은 총 3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챗지피티 관련 피해가 3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구글이 제공하는 제미나이 관련 상담이 3건, 클로드 관련 상담이 1건이었다.

접속 경로가 확인된 23건을 분석한 결과, 91.3퍼센트에 해당하는 21건이 구글 검색 광고를 통해 유사 누리집에 접속한 사례로 나타났다. 포털에서 챗지피티 또는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이름을 검색한 뒤, 검색 결과 최상단에 표시된 광고 링크를 공식 서비스로 오인하고 클릭한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이 확인한 다수의 유사 누리집은 해외에서 서버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도메인 이름과 로고, 색상 조합, 화면 구성 등을 실제 서비스와 비슷하게 설계해 클릭을 유도하고 있었다. 서비스 메인 화면은 물론 로고, 상단 메뉴 배열, 대화창 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 실제 화면과 거의 구분이 어려운 수준으로 모방된 사례도 있었고, GPT4처럼 공식 모델 명칭을 그대로 표기해 혼동을 더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그러나 실제 이용 과정에서 제공되는 생성형 AI의 성능은 공식 서비스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질문에 전혀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거나, 간단한 언어 처리에서 반복 오류를 내는 등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이용자가 대화 품질만으로는 공식 서비스 여부를 즉시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사한 화면 구성과 로고가 결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상담 사례를 보면, 소비자가 별다른 의심 없이 월 단위 구독 결제를 진행했다가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동 결제 방식으로 등록한 뒤 서비스 품질 문제를 인지해 해지를 시도했지만, 누리집 내 고객센터나 안내 이메일로 환불을 요청해도 사업자로부터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다수 접수됐다.
유사 누리집들이 제시한 환불 규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소비자원이 확보한 약관을 보면, 7일 이내에 20개 미만의 메시지만 보낸 경우에만 환불 가능, 특정 기능을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환불 불가 등 소비자에게 극도로 불리한 조건이 포함된 사례가 많았다. 실제 사용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업자 서버 기록에만 의존해 투명성이 낮고, 실무적으로는 환불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라는 분석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 시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예방 조치도 제시했다. 첫째, AI 서비스 이용 전 공식 누리집 주소와 개발사명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챗지피티를 검색했을 때 상단에 노출되는 광고 링크가 반드시 공식 서비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주소 표시줄의 도메인 구성이 알려진 공식 도메인과 일치하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둘째, 검색 포털 이용 시 광고 표시 구역과 일반 검색 결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 영역은 사업자가 비용을 지불해 상단 노출을 구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칭 누리집도 손쉽게 상단에 등장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가 광고 표기를 무심코 넘어갈 경우 유사 서비스에 접속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셋째, 해외에서 운영하는 생성형 AI 누리집을 이용할 때는 결제 수단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차지백 서비스 신청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차지백은 카드 결제 이후 허위·사기 거래 등이 확인될 경우 카드사를 통해 결제 취소를 요청하는 절차로, 해외 온라인 결제 피해 구제에 활용되는 수단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미 피해가 발생했거나 사업자와 원만한 합의가 어려운 경우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을 통해 구제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자 소재국의 법제와 협조 정도에 따라 처리 기간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기술의 급속한 대중화가 새로운 유형의 피싱과 사칭 누리집을 양산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색창에 서비스 이름만 입력해도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도메인 주소나 개발사 검증을 생략하는 사용자가 늘어났고, 이 틈을 노린 해외 사업자들이 유사 서비스를 대거 만들어내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향후 검색 플랫폼과 브라우저 차원에서 공식 AI 서비스 검증 표시 강화, 사칭 사이트 신속 차단, 광고 심사 기준 고도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이용자 스스로도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 전 주소, 개발사, 결제 약관을 점검하는 디지털 소비자 위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생성형 AI 사칭 누리집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면서, 향후 검색광고 정책과 국제 전자상거래 규제 논의에도 변화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