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방해·비화폰 삭제”…박종준 전 경호처장 내달 재판 시작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충돌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와 비화폰 삭제 혐의를 받는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 처장의 재판이 내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본격 절차에 들어간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 이현경 부장판사는 내달 16일 박 전 처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이 사건에는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도 함께 기소돼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를 받게 된다.

또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별도로 기소한 증거인멸 사건에 대해서는 내달 13일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 류경진 부장판사가 맡아 심리한다. 두 사건은 피고인과 공소사실이 일부 겹치지만, 법원은 재판부를 달리해 병렬적으로 절차를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신청과 입증 계획을 조율하는 단계다.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박 전 처장 등이 법정에 나오지 않고도 변호인을 통해 방어 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박 전 처장은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 관여해 공수처의 특수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동시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특별시경찰청장이 사용하던 비화폰의 정보를 원격 로그아웃 방식으로 임의 삭제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검은 이 조치가 수사에 필요한 전자 정보를 없애기 위한 조직적 행위라고 보고 증거인멸 혐의를 추가했다.
박 전 처장은 지난달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하던 상황을 두고 "나도 형사처벌이 되는 것 아닌가 하면서 동요했다"고 말했다. 경호 라인 내부에서도 형사책임 우려와 지휘 결정을 둘러싼 혼선이 있었음을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됐다.
정치권에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이를 둘러싼 경호·정보 라인의 대응이 사법 절차와 충돌한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가권력 핵심부의 통신 기록이 어떻게 관리됐는지, 비화폰 접근과 삭제 과정에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법원은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을 토대로 증거 채택 범위와 증인 신문 계획을 정리한 뒤 정식 공판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이 박 전 처장 재판에 쏠린 가운데, 재판부 판단에 따라 윤 전 대통령 관련 수사와 향후 책임 공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