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합 넥타이 다시 맸다”…이재명 대통령, G20서 포용·협력 메시지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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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갈등과 진영 대립이 장기화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메시지를 다시 꺼내 들었다. 세계 경제와 안보 불안이 겹친 상황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다. 포용과 협력을 내세운 상징과 발언이 동시에 등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임 선서 당시 착용했던 이른바 통합 넥타이를 다시 맸다. 적색과 청색, 흰색이 교차하는 줄무늬 넥타이로, 취임선서식과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 등 중대 정치 일정에서 이미 사용한 바 있는 상징물이다.

푸른색이 더불어민주당, 붉은색이 국민의힘의 상징색으로 통용된다는 점에서 이 넥타이는 국내 정치권에선 여야 통합의 의지를 드러내는 장치로 해석돼 왔다. 여기에 태극기의 색을 조합해 국가 정체성을 부각했다는 해석도 더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넥타이 선택 배경에 대해 “G20의 주요 의제인 포용, 지속성장, 회복력 있는 세계 등 글로벌 공통 과제에 함께 대응을 해나가자는 취지에서 통합과 협력의 의미를 담아 넥타이를 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태극기 색상을 활용한 색 배합으로 품격과 신뢰, 안정감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상징 색을 통해 국내 정치 통합뿐 아니라 국제사회 연대를 동시에 강조하려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세션1 모두발언에서 개최국에 대한 의미 평가와 함께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인류의 요람 남아공에서 G20 정상회의가 최초로 열리게 된 점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 자체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세계 경제 불균형과 글로벌 과제 해결의 장으로서 아프리카의 위상 변화에 힘을 실은 셈이다.

 

정상회의장에서는 개회식에 앞서 주요국 정상들과 잇따라 환담을 나누며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호주, 영국, 인도 정상과 차례로 서서 대화를 나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도 짧지만 인사를 겸한 대화를 이어가며 유럽연합과의 협력 의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사회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 측과의 접촉도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한 막심 오레쉬킨 러시아 대통령실 부비서실장과 이 대통령은 인사를 나눴다. 별도 회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대표단과 공식 석상에서 조우한 점은 향후 한러 관계와 관련한 외교 채널의 기본선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측의 환대도 부각됐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영접 행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맞으며 “다시 만나 반갑다”고 말하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계기 양자 회담을 연 바 있어, 이번 G20에서 후속 협력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보다 앞서 남아공 정부는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입국한 전날 공항 활주로에서 이색 환영식을 마련했다. 남아공 청소년 8명이 레드카펫 앞에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격렬한 몸동작이 섞인 춤을 선보였고, 이를 지켜보던 김혜경 여사는 순간적으로 놀란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곧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현지 문화가 살아 있는 퍼포먼스를 전면에 내세운 환대라는 점에서 남아공이 한국과 관계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국내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넥타이 착용이 향후 여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포용과 지속성장, 회복력이라는 G20 공식 의제는 곧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는 진영 대결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상징보다 실질적 협치와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G20 정상회의 일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글로벌 경제와 공급망, 기후 위기 대응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제사회 협력 논의를 국내 개혁 과제와 연계하는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상징적 행보와 외교 무대 메시지를 두고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며, 국회는 정기회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포용과 회복력이라는 화두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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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g20#남아프리카공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