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불러온 건 민주당이지만 국민 고통 책임 통감"…장동혁, 대구서 보수 결집 호소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보수 진영의 결집 요구가 다시 맞붙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도부 사과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를 찾아 계엄의 정치적 책임을 언급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에 귀책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 향후 정국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8일 대구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대구 국민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와 국정 방해가 계엄을 불러왔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들께 혼란과 고통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가 22일부터 이어온 전국 순회 국민대회에서 계엄 사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장 대표의 발언은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당내에서 지도부 차원의 공식 사과 메시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는 책임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계엄 사태의 근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주장을 병행하며 야당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 대표는 "작년 계엄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무도함이 드러났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볼 수 있었다"며 "많은 청년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를 계기로 보수 지지층뿐 아니라 청년층도 국정 위기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는 취지다.
그는 또 "충성스러운 군인들이 재판정에서 시련을 겪고 있고, 민주당의 무모한 적폐 몰이 때문에 사찰을 위협받는 공무원들도 있다"며 "이 모두가 결국 우리 당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계엄 사태 이후 군과 공무원들이 법적·신분상 부담에 직면한 책임이 여당의 대응 부족에도 있다고 자성하면서, 이를 다시 강경 투쟁의 명분으로 삼는 구도다.
장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접 겨냥해 정권·의회 투쟁 기조도 부각했다. 그는 "내란 몰이와 민생 파탄으로 1년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흩어져서 이재명 독재를 막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 똘똘 뭉쳐서 이재명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계엄 사태 이후 정국을 "내란 몰이"와 "민생 파탄"으로 규정하며 보수 진영의 정치적 재결집을 촉구한 셈이다.
사법 리스크 대응과 향후 선거 전략도 함께 언급됐다. 장 대표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을 반드시 기각시키고 하나 된 힘으로 정치 특검의 야당 탄압, 국민 탄압을 분쇄하자"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할 때까지 하나로 뭉쳐서 끝까지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를 야당의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보수 결집의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이날 대구 국민대회는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보수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에서 여권 지지층 결속을 시도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현장에는 "싸우면 국민의힘, 사과하면 국민의짐"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등장했다. 지도부 사과 요구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 문구로, 대구 지역 일부 지지층이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장 대표는 행사에 앞서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찾아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했다.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계엄 사태와 관련한 당내 지도부 사과 요구에 대해 "여러 의견을 모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공식 사과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당내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의 대구 발언을 두고 복합적인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계엄 사태로 인한 국민 혼란과 고통을 인정한 만큼 최소한의 책임 표현이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달리 민주당 귀책론과 이재명 대표 규탄, 추경호 전 원내대표 엄호 발언을 동시에 내놓은 점을 들어 향후 계엄 사태 진상 규명 과정에서 여야 공방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계엄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 책임을 거듭 지적해 왔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군 지휘부, 당시 집권 세력의 결정 과정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국회 차원의 조사와 사법적 책임 추궁을 병행해 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전략과 강경한 의회 투쟁이 국가 운영의 중대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맞서 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책임 소재와 사과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한층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지도부의 공식 사과와 정치적 정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장 대표가 어느 수준에서 메시지를 조율할지에 따라 당내 역학과 향후 정국 구도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국회는 계엄 사태 관련 진상 규명과 책임 논의를 이어가면서 내년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린 정치 공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계엄 사태 책임과 여야의 향후 대응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