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뱅킹 1조5,000억원 첫 돌파”…금값 강세에 시중 자금 몰려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금통장(골드뱅킹)과 골드바 등 금 관련 투자상품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귀금속에 주목하는 가운데, 시중은행 골드뱅킹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1조5,1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말 잔액 7,822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9월 말 이후 약 열흘 만에 신규 자금 1,000억원이 유입됐다. 골드뱅킹 상품은 실물 금을 보유하지 않고도 g 단위로 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금값 급등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물 골드바 투자 열기도 역대급이다. 5대 은행의 올해 골드바 판매액은 약 4,50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액(1,654억원) 대비 2.7배를 기록했다. 특히 이달 1~2일 양일간만 134억8,700만원어치가 빠르게 팔렸다.
금 투자 붐은 은 시장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버바 판매액은 지난 9월 처음으로 40억원대를 돌파했고 10월 들어서도 이틀간 20억원 이상이 팔려, 올해 누적 판매액이 104억5,9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의 13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실버뱅킹 상품인 실버리슈 잔액 역시 9일 기준 1,16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글로벌 은 가격 또한 온스당 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은행의 매수와 글로벌 금융억압 정책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요 등 매력적인 시장 환경이 이어지자 증권가에서는 금 가격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환율 불안 등과 맞물려 금·은 등 귀금속 투자 수요가 계속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당국과 금융권은 투자 과열에 대한 리스크 관리, 투자자 보호 대책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시장 변동성은 국제 금리, 환율,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흐름과 주요국 중앙은행 정책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