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산 유소년 축구대회 성사되면 남북 관계 물꼬"…민간단체, 2026년 개최 구상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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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체육교류를 둘러싼 민간의 시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된 가운데 민간단체가 북한 원산에서의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체육을 매개로 한 평화 교류 복원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시 심는 평화 우리는 원산으로 간다 정책 토론회에서 내년 북한 원산에서 남북한이 함께하는 15세 이하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 아리스포츠컵 개최 구상을 밝혔다. 그는 2018년 춘천 대회를 마친 뒤 북한 4·25 체육단과 다음 대회를 원산에서 열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한국과 북한을 포함한 여러 나라 유소년 팀이 참가하는 아리스포츠컵을 꾸준히 개최해왔다. 첫 대회는 2014년 경기도 연천군에서 열렸고, 2015년에는 평양, 2017년에는 중국 쿤밍, 2018년에는 강원도 춘천에서 대회가 진행됐다. 2019년 원산 개최가 추진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산됐다.

 

김 이사장은 북측과의 접촉 경과도 공개했다. 그는 7월 중국 광서성에서 북한 4·25 체육단과 비공개 실무협의를 가졌다며 북측과 원산 대회 개최를 위한 실무 협의를 다각도로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6년 원산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멈춰버린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고,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기와 여건에 따라 내년을 포함한 중기적 계획 속에서 원산 개최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도 민간 주도의 체육 교류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내년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언급하며 세계유산에 등재된 금강산은 물론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도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계기와 틈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도 작은 접촉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정부도 민간의 체육 교류를 평화 교류 사업으로 평가하며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서면 축사에서 아리스포츠컵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평화교류 사업이라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에도 꾸준히 개최돼 교류의 창구로 기능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적대와 대결로 단절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들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의 자율성을 중심으로 남북교류협력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공식 채널이 막힌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접촉과 교류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체육교류협회와 정치권, 정부가 체육을 매개로 한 교류 복원 필요성에 공감대를 드러내면서 향후 북측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회와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이어가며 민간 교류 사업이 실질적인 남북협력의 접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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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체육교류협회#아리스포츠컵#우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