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출력 더 올랐다"…누리호4차, 3분 단축 성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네 번째 비행에서 계획보다 짧은 비행 시간으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발사 준비 단계에서 변수가 발생해 발사 시각이 8분 늦춰졌지만 이후 비행 전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며 목표 궤도 투입과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수행됐다. 특히 설계 당시보다 실제 엔진 출력이 더 높게 발휘되면서 목표 고도에 예상 시간보다 약 3분 일찍 도달한 점이 확인돼, 한국형 발사체의 실질 성능이 초기 목표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이번 4차 발사를 민관 협력 기반 우주 발사체 산업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27일 새벽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뤄졌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 결과 브리핑을 열고,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정밀하게 진입한 뒤 주탑재 위성과 12기의 큐브위성을 모두 정상 분리했다고 밝혔다. 비행정보가 담긴 원격수신정보 분석 결과,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12기의 큐브위성이 고도 약 600킬로미터의 목표 저궤도에 계획대로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 시퀀스도 설계대로 구현됐다. 누리호는 발사 후 122초 지점에서 고도 약 65점7킬로미터에서 1단을 분리하고 2단 엔진을 점화했다. 이어 230점2초에는 고도 약 211점1킬로미터에서 위성을 보호하던 페어링을 분리했다. 263점1초에는 고도 약 263킬로미터에서 2단 분리와 3단 점화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궤도 진입 단계에 들어갔다. 약 741초 경에는 고도 600점5킬로미터에 도달해 계획 궤도에 맞춘 속도와 고도를 확보했다.
총 비행 시간은 18분 25초, 약 1105초로 집계됐다. 당초 예측 비행 시간 21분 24초, 1284초보다 약 3분 짧다. 연구진은 이 차이를 누리호 엔진 성능이 설계 기준 대비 높게 발휘된 결과로 분석했다. 박종찬 누리호 발사관리단장은 누리호가 애초 지구 저궤도에 1점5톤급 위성을 올리는 성능을 목표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엔진 출력과 비행 프로파일도 이 기준을 바탕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 진행된 엔진 시험에서 출력이 설계치보다 조금씩 높게 나타났고, 비행모델에서도 같은 경향이 반복됐다. 이는 설계 단계에서 보수적인 수치를 적용해 실제 성능 여유가 반영돼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누리호가 이론상 1점5톤이 아니라 2점2톤에서 최대 3톤 수준까지 투입 가능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고체 연료와 액체 연료의 연소 효율, 추력 제어 정밀도, 구조 경량화 효과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성능 여유는 실제 비행에서도 드러났다. 추력이 높아지면 같은 질량의 위성을 같은 궤도로 올릴 때 가속도가 커지고, 목표 고도와 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박 단장은 계획된 연소 시간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목표 속도를 넘어 궤도가 높아지거나 편차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3단 엔진 연소를 조기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설계상 여유 성능이 실제 궤적 제어 단계에서 유연하게 활용된 셈이다.
위성 분리 과정도 순조로웠다. 누리호는 고도 600킬로미터 부근에서 자세 안정화를 거친 뒤, 790점9초경 고도 601점3킬로미터 지점에서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분리했다. 이후 813점6초부터 914점4초 사이에 12기의 큐브위성을 순차적으로 사출하며 탑재체 운송 임무를 모두 마무리했다. 큐브위성 사출 간격과 방향 제어도 사전 시뮬레이션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발사 운용팀의 분석이다.
위성 운용 측면에서도 초기 상태는 양호하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새벽 1시 55분경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 통신 링크를 통해 태양전지판 전개 여부, 전력 상태, 기기 온도 등 주요 상태 정보가 확인됐고, 태양전지판 전개도 정상으로 파악됐다. 12기의 큐브위성은 탑재 주체와 지상국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교신을 진행하며 자세 제어, 탑재체 가동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큐브위성의 경우 대학, 스타트업, 연구기관의 기술실증 임무를 수행하게 돼, 소형위성 플랫폼과 센서, 통신 모듈 국산화 검증에 활용될 전망이다.
정책과 산업 측면에서 이번 발사는 민관 협력 구조의 전환점을 의미하는 이벤트로 평가된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겸 우주항공청 부총리는 4차 발사가 정부, 민간 기업, 국가 연구소가 하나의 팀으로 수행한 첫 민관 공동 발사였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의 기술 확보 단계에서 민간 기업이 제작 총괄과 발사 운용에 본격 참여하는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발사체 본연의 역할인 위성 정밀 투입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필수 기술을 확보했고, 체계 종합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총괄과 발사 운영에 참여해 역할을 완수한 점에 의미를 뒀다. 발사체 제작과 운용의 민간 주도 구조가 자리 잡을 경우, 향후 통신, 관측, 국방, 과학탐사 등 다양한 위성 발사 수요를 국내 상업 발사 서비스로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민간 발사 서비스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발사체 성능 고도화와 반복 사용, 제작 공정 효율화가 핵심 경쟁 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누리호의 설계 대비 성능 여유는 향후 개량형 발사체 개발과 재사용 기술 도입에도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상업 발사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반복 발사 신뢰성 검증, 발사 단가 절감, 보험과 안전 규제 체계 정비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우주항공청 출범과 누리호 4차 발사를 계기로 한국 우주개발 체제는 단일 연구기관 중심에서 다수 민간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생태계 기반 구조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발사체 기술이 안정 궤도에 진입할 경우, 위성 제조, 탑재체, 지상국, 데이터 활용 서비스 등 연관 산업으로 파급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확보한 성능과 신뢰성이 향후 상업 발사 서비스로 이어져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