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전송요구권 전면 확대"…개인정보위, 자기결정권 강화·데이터 산업 활성화 추진
데이터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떠올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본인전송요구권 전면 확대 방안을 내놓자, 정보주체 권리 강화와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둘러싼 기대와 함께 산업계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본인전송요구권 전면 시행 관련 간담회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 뒤 산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개인정보위가 지난 6월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이달 말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금융·의료·통신 등 일부 분야에 한정됐던 본인전송요구권 적용 범위를 전 산업 분야로 넓히는 것이다. 적용 대상은 연 매출 1500억원 이상이면서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으로, 개인정보위는 약 680개 중견·대기업 및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해당할 것으로 추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주체는 해당 기업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조회되는 본인 개인정보를 암호화된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다. 또 대리인이 자동화 도구를 이용해 본인전송요구를 행사할 경우 API 등 사전 협의된 방식으로 전송하도록 규정했다. 개인정보 이동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데이터 활용 기반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민후의 박영수 변호사는 간담회에서 "본인전송요구권 확대는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과 활용성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에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심으로 정보주체가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해 왔지만, 본인전송요구권이 확대되면 정보주체가 흩어져 있던 개인정보를 직접 통합·관리하며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인공지능 스타트업 솔티랩의 정승기 대표도 권리 강화와 산업 활성화 효과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본인전송요구권과 마이데이터 확대는 정보 주체의 동의와 법적 근거를 전제로 고품질 1차 데이터를 적법하게 확보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며 "스타트업에는 인공지능 모델 고도화와 실데이터 기반 신규 서비스 설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비용 부담 논란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적용 대상을 분명히 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승철 개인정보위 범정부마이데이터추진단 단장은 "일각에서 중소 스타트업의 비용 부담을 우려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적용 대상은 중소 스타트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요건을 충족하는 약 680개 중견·대기업 및 공공기관 홈페이지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단장은 또 "중견·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조회되는 정보를 정보주체가 내려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수준이어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소·초기 기업에 대한 직접적 규제 강화보다는,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 보유 기관에 우선 의무를 부과해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보주체가 내려받는 개인정보에 기업의 영업비밀이 포함될 소지가 있고, 본인전송요구를 대리하는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이 보안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2차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민감한 알고리즘 구조나 고객 분류 기준 등이 데이터에 섞여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개인정보위는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위원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조회되는 개인정보를 내려받는 방식인 만큼 내부 영업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만일 포함된다고 해도 영업비밀이나 산업기밀은 제외할 수 있다"며 제도 설계 단계에서 기업 비밀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개인정보관리 전문기관의 보안 관리 능력을 둘러싼 걱정에 대해서도 개인정보위는 안전장치를 강조했다. 위원회는 지정요건을 충족한 기관이 제출한 개인정보 관리 계획서 등을 심사해 전문기관을 선정하는 구조라며, "지정 과정에서 관리 역량과 보안 체계를 점검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지정을 통한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해 데이터 이동 확대에 따른 위험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개인정보위의 이번 조치는 데이터 경제 전환을 강조해 온 정부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금융·헬스케어 분야에서 출발한 데이터 이동권을 전 산업으로 넓혀, 정보주체 권리 강화와 기업의 혁신 서비스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영업비밀 보호, 개인정보 유출 방지,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데이터 격차 문제 등 후속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부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최종 확정한 뒤 세부 지침 마련에 들어갈 전망이다. 국회 역시 데이터 이동권 논의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정치권과 정부는 본인전송요구권 확대를 둘러싼 권리 보장과 산업 경쟁력 사이 균형점을 찾는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