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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4차, 첫 새벽 발사 준비”…발사대 이송 완료로 실전 운용 시험대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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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4차 발사를 위한 최종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지상 이동과 발사대 기립, 각종 연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한국형 발사체 기술이 시험용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실전 운용 국면을 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사 당국은 위성 임무와 우주 환경, 기상 조건을 종합해 첫 야간 발사에 나서며, 향후 한국 우주 발사 서비스 산업화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5일 오전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의 이동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오전 10시 42분 기준으로 이송이 완료됐으며, 전날까지 진행된 조립동 내 최종 점검 결과를 반영해 발사 준비위원회가 오전 8시 30분 소집된 뒤 9시에 실제 이동이 시작됐다. 당초 계획보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빗방울과 기상 변화 가능성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일정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누리호는 무인 특수이동 차량인 트랜스포터에 실려 발사체 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까지 약 1.8km 구간을 이동했다. 발사체는 구조적 충격과 진동에 민감해 추진체와 전자 장비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시속 1.5km 수준의 매우 낮은 속도로 운반됐다. 실제 이동에는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됐고, 이동 과정에서 기계적 이상이나 예기치 못한 정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발사대 도착 후 항우연은 누리호를 수직으로 세우는 기립 작업에 착수했다. 수평 상태로 이송된 발사체를 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구조 하중이 집중되는 핵심 공정으로, 국내 기술로 구축된 지상 설비와 발사체 간 인터페이스 검증이 함께 진행된다. 이어 발사대와 발사체를 연결하는 엄빌리컬 시스템 점검이 이뤄진다. 엄빌리컬은 전원, 연료와 산화제 같은 추진제, 통신 및 계측 신호를 공급하는 다기능 연결 구조물로, 실제 발사 직전까지 발사체를 지상 시스템과 묶어두는 역할을 한다.

 

항우연은 25일 오후까지 누리호와 발사대 간 전원 연결과 추진제 공급용 라인, 계측 신호 경로에 대한 기밀 점검과 기능 시험을 순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액체 산소와 케로신 계열 연료를 사용하는 한국형 3단 발사체 구조 특성상, 극저온 환경에서의 누설 여부와 밸브 제어 신뢰성이 발사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정밀 검사가 이어진다. 발사대 고정 장치, 기립대 구조 건전성, 자동 계측 시스템 역시 새벽 시간대 운용에 맞춰 재점검 대상이다.

 

발사대 기립과 엄빌리컬 연결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발사체를 발사대에 완전히 고정하는 설치 작업이 밤늦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해풍과 강수 같은 기상 변수에 따라 세부 절차와 일정은 조정될 수 있다. 항우연은 당일 계획된 항목을 모두 마치지 못하더라도 26일 오전 추가 작업을 진행해 전체 발사 운용 일정에는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발사 운용의 최종 결정을 맡는 우주항공청은 26일 오후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추진제 충전 여부를 심의한다. 기술적 준비 상태, 발사 윈도우로 불리는 가능 발사 시간대, 상층 바람과 구름량 등 기상 조건, 그리고 궤도 상 다른 우주물체와의 충돌 위험도를 종합 검토해 실제 발사 시각을 확정하게 된다. 우주 잔해물과 기존 위성들의 궤도 밀집도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 발사 궤적 계획과 충돌 회피 분석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변수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을 경우, 누리호 4차 발사 시각은 27일 0시 55분 전후가 유력하다. 이번 발사가 심야 시간으로 결정된 직접적인 이유는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임무 요구 조건 때문이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고도 약 600km 궤도에서 지구 자기권 플라즈마, 오로라와 대기광 같이 매우 희미한 빛 현상을 관측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우주 환경 관측은 태양광 영향을 최소화해야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태양 고도가 낮고 배경광이 줄어드는 새벽 시간대 관측이 가장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적도 상공을 지날 때마다 현지 시각이 오후 12시 30분에서 50분 사이가 되도록 설계된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태양동기궤도는 위성이 지구를 공전할 때 항상 비슷한 태양 고도에서 지구를 관측할 수 있게 궤도를 조정한 궤도로, 기후 관측이나 지표 환경 모니터링, 장기 통계 분석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맞추려면 발사 시각을 하루에 한 번만 열리는 특정 타이밍에 정확히 맞춰야 하며, 몇 분 단위의 편차도 궤도 삽입 연료 소모와 임무 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형발사체 최초의 야간 발사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국내 액체 발사체 시험은 대부분 주간 시간대에 이뤄졌지만, 실제 상업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는 위성 임무와 발사장 기상 조건에 따라 야간 발사가 빈번하다. 항우연은 이런 국제적 운용 환경을 고려해 야간 점검과 운용 훈련을 사전에 반복 수행했고, 조명 설비와 계측 장비, 관제 절차를 새벽 시간대 발사 환경에 맞게 조정했다. 지상 레이더와 광학 추적 시스템도 야간 성능 검증을 마친 상태다.

 

우주 산업계는 이번 4차 발사가 한국형 발사체가 연구 개발 중심 단계에서 상용 수준 운용 체제로 전환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전 임무 위성을 싣고 특정 발사 윈도우에 맞춰 야간까지 포함한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져야, 향후 국내에서 민간 발사 서비스나 위성 군집 발사가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속 성공 경험을 쌓기 전까지는 발사 간격과 임무 다양화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누리호 4차 발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운용 경험을 후속 발사체 고도화와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엔진 계통과 구조 설계, 지상 설비 시스템의 신뢰성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향후 민간 기업 참여 확대와 상용 발사 시장 진입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예정된 시간에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키며 야간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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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한국항공우주연구원#차세대중형위성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