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뷰 카페부터 동해 절경 사찰까지”…기장에서 만나는 가을의 ‘쉼표’
요즘 기장 앞바다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외곽의 한적한 어촌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나 여유를 만끽하는 가을 여행의 일상이 됐다. 흐린 하늘, 부드러운 바람과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면 사소한 기분마저 달라지는 계절이다.
기장군의 해안선 곳곳에서는 파노라마같이 펼쳐지는 오션뷰 명소가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SNS에선 커피 한 잔을 들고 푸른 바다를 배경 삼은 인증샷이 줄을 잇고, 도시의 무료함을 잠시라도 내려놓으려는 이들의 사연이 쌓여간다. 웨이브온 커피는 그런 기장만의 매력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독특한 건물, 어디서든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명당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는 경험에, “이곳이 바로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한 쉼”이라고 고백하는 방문자도 많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밝힌 ‘국내여행 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부산 기장군 방문 비율이 20% 넘게 증가했다. 가족 단위 여행객뿐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카페, 현지 베이커리, 체험형 뮤지엄 등 다양한 선택지가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어린 자녀를 둔 A씨(38)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는 물론, 실내 체험관 덕분에 비 오는 날에도 아이와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느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자연적 일상 회복의 욕구’라 부른다. 트렌드 분석가 이은정 씨는 “매끈한 호텔보다 오히려 바다 냄새와 바람, 갓 구운 빵이 어우러지는 로컬 공간에서 마음의 힘을 찾는 이들이 많다”며 “디지털 피로감이 늘어난 시대, 가까운 자연으로의 소소한 이동이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굳이 해외 나갈 필요 있나요”, “가을엔 역시 바다와 커피 한 잔”처럼 위로와 만족감이 묻어난다. 실제 기장 칠암사계 앞마당에서 만난 일행들은 “빵 냄새 맡으며 파도소리 듣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가 사르르 녹는다”고 공감했다. 가족 단위 방문자뿐 아니라 친구, 연인, 혼자 떠나 마음을 정리하러 온 이들까지, 각자의 속도로 기장의 가을을 즐긴다.
기장의 명소들은 평범한 ‘볼거리·먹거리’ 그 이상이다. 고려시대의 숨결이 아직도 남은 해동용궁사, 아이가 놀며 배우는 칠드런스 뮤지엄까지,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고 싶은 다양한 이들에게 저마다의 의미를 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부산 기장에서 마주하는 가을의 정취는, 오늘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