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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 동물부검 시뮬레이션 특허…라온메타, 글로벌 의료교육 공략 시동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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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현실 기반 실험동물 부검 시뮬레이션 기술이 정식 특허를 확보하며 디지털 의료 교육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온시큐어 자회사 라온메타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과 함께 개발한 실험동물 부검 실습용 XR 콘텐츠가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특허 등록을 마치면서다. 동물실험을 둘러싼 3R 원칙 강화와 미국 식품의약국의 동물실험 단계적 축소 기조가 겹치며, 신약개발과 의학교육 분야에서 대체 실습 솔루션 수요가 커지는 시점과 맞물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특허 확보가 의료 메타버스와 XR 기반 교육 서비스의 글로벌 시장 진입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라온메타는 20일 메타버스 기반 실습 서비스 메타데미에서 제공 중인 실험동물 부검 실습 콘텐츠에 대해 한국과 미국 양국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허는 실제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가상 환경에서 실험동물 부검 과정을 단계별로 구현한 것이 핵심으로, 교육용 XR 콘텐츠가 해외 특허를 확보한 사례라는 점에서 기술·사업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해당 콘텐츠는 XR 확장현실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사용자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나 대응 디바이스를 통해 가상의 래트, 즉 실험용 쥐를 눈앞에 구현된 형태로 마주하게 된다. 이후 실습 준비부터 절개, 장기 관찰, 시료 채취, 사체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실제 실험실 환경과 유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체험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실제 부검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절개 위치, 장기 구조, 안전 수칙 등을 가이드 형태로 제공해, 기존 텍스트와 정지 이미지를 활용한 교육보다 체득형 학습 효과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기존 동물 부검 교육은 생체를 직접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비용, 윤리, 안전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해부용 동물 확보와 사후 처리 비용이 발생하고, 반복 학습을 위해 다수의 개체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라온메타의 XR 콘텐츠는 한 번 구축한 가상 모델과 시나리오를 반복 활용하기 때문에 개체 수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고, 숙련도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하는 등 교육 설계 유연성도 높이다. 물리적 시신 훼손 없이 실패와 재시도를 허용해 초심자 교육에 특히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적으로는 동물실험 3R 원칙이 강화되며 이 같은 대체 실습 기술의 필요성이 커졌다. 3R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대체, 사용 동물 수를 줄이는 감소, 고통을 줄이고 복지를 개선하는 배려를 뜻한다. 규제기관과 학술단체는 신약개발, 독성 평가, 수술 교육 등에서 3R 준수 여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FDA가 2025년부터 단클론항체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전통적 동물실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대체시험법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이 흐름 속에서 XR 기반 부검 실습은 교육용뿐 아니라 제약사와 연구기관의 트레이닝 인프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신약 후보물질 평가를 위한 동물실험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 연구자 안전 교육과 표준작업절차 숙지를 가상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동물을 투입하기 전 가상 시나리오로 실수를 줄이면, 실험 성공률과 데이터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의료 교육 시장에서는 이미 시뮬레이션과 메타버스를 접목한 서비스 경쟁이 시작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의과대학, 병원들은 해부학 교육에 가상현실 기반 플랫폼을 도입해 카데바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주로 인체 구조 교육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실험동물 부검을 대상으로 한 XR 솔루션은 아직 초기 단계로 알려져 있다. 라온메타는 한국과 미국 특허를 바탕으로 동물실험 교육 세부 공정 전체를 XR로 구현한 점에서 차별화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도 대체시험법과 디지털 교육 도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흐름이 라온메타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독성평가와 비임상시험의 일부에서 인실리코, 즉 컴퓨터 기반 모델과 시뮬레이션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교육 영역은 직접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동물 사용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 방향과 맞물려 메타버스와 XR 도구 채택을 촉진할 여지는 있다.

 

라온메타는 이번 미국 특허 등록을 계기로 글로벌 진출 전략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우선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의학 교육기관, 제약사 교육센터, 병원 계열 연구소를 주요 고객군으로 설정하고, 이후 유럽과 동남아 교육·연구 기관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유럽연합과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도 동물실험 제한과 윤리 기준 강화를 논의하고 있어, 디지털 대체 교육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윤원석 라온메타 메타데미사업본부장은 한국과 미국 양국 특허 확보에 대해 자사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 경쟁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특허 등록을 기반으로 메타데미의 실험동물 부검 실습 콘텐츠를 글로벌 의료 교육 시장 전반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동물실험 규제 강화와 디지털 전환 국면이 맞물리면서, XR 기반 의료 교육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어느 속도로 안착할지 지켜보고 있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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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메타#메타데미#f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