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이재명, 바이오·원전·방산 동맹 강화 천명
정치와 안보, 경제 협력이 맞물린 정상외교의 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마주섰다. 양국 정상은 혈맹과 형제의 나라를 강조하며 원전과 방위산업, 바이오 등 전략 산업 협력 강화를 약속해 한반도와 중동을 잇는 새로운 외교 축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튀르키예는 형제의 나라이며, 양국은 혈맹 관계"라고 밝히며 폭넓은 협력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방문은 튀르키예의 한국전쟁 참전 75주년이자 이 대통령 취임 첫해 국빈 방문이라는 상징성이 겹친 일정이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한국전쟁 참전 75주년이자 저의 대통령 취임 첫해인 올해,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를 방문해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튀르키예는 대한민국과 수교를 맺기 전부터 각별한 관계였고, 1957년 수교 이후 빠른 속도로 관계가 발전했다"며 "오늘 회담에서는 양국의 연대를 심화하기 위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우선 방위산업을 핵심 협력 축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공동생산, 기술협력, 훈련교류 등을 지속하기로 했다"며 "알타이 전차 사업 같은 협력 사례를 더 많이 만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알타이 전차는 한국의 흑표 전차 기술을 토대로 개발된 튀르키예 전차로, 양국 방산 협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원전 협력도 한층 구체화됐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시노프 원전 추진에 있어 남은 세부 평가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양국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이 튀르키예 원전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는 북부 시노프 지역을 후보지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한국이 주요 협상국으로 거론돼 왔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튀르키예 정부가 추진하는 혈액제제 자급화 사업에 한국 기업인 SK플라즈마가 참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이 혈맹 관계라는 점에서 이번 사업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고 평가했다. 혈액제제 국산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첨단과학기술 협력도 정상 차원의 합의 대상이 됐다. 이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디지털을 포함한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인 CS윈드와 튀르키예 에네르지사 간의 풍력 발전 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이 강화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풍력 발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분야가 양국 미래 동반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양국은 보훈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전쟁 참전국인 튀르키예의 역사적 공헌을 재조명하는 한편, 참전용사 가족과 후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제도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참전 75주년을 계기로 보훈 네트워크를 재정비하고, 양국 국민 간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양 정상은 또한 분야별 합의사항 이행을 정례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복원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분야별 협력의 진전을 점검하기 위해 양국 간 경제공동위원회도 10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공동위원회 재가동을 통해 산업·투자·통상 의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채널이 되살아날 전망이다.
안보와 외교 현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에르도안 대통령과 튀르키예 정부의 일관된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역시 중동 정세에 있어 평화 증진을 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와 중동 평화가 상호 연계돼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인도적 연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튀르키예 내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기로 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중동 난민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향후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제도화하는 문서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 방안을 아우르는 대한민국과 튀르키예 공화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이 채택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 논의된 제반 사항을 추진할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방위산업과 원전,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보훈 등 다층적 협력 의제를 묶어내며 관계 격상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공동위원회 재개를 비롯한 후속 논의를 통해 합의 사항의 이행 상황을 상시 점검할 계획이며, 튀르키예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한반도와 중동을 잇는 외교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