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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의령의 고요한 숲길”…호국 정신 간직한 가을 산책, 마음의 쉼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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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많은 의령의 고요한 숲길”…호국 정신 간직한 가을 산책, 마음의 쉼표가 된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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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 북적이는 유명지가 아닌, 조용하고 이국적인 사색의 공간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자연스레 마음을 맡기고 싶어지는 곳, 오늘은 경상남도 의령이 그런 곳처럼 다가왔다.

 

의령은 낙동강과 남강이 흐르는 한가로운 풍경 속에 자리한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이 일어선 호국의 땅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 번쯤 꼭 걸어보고 싶은 특별한 향취가 있다. 9월 초,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최고 29도의 기온과 동풍이 만들어내는 산뜻한 바람이 여행자의 첫발을 반긴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의령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의령

먼저 일붕사를 찾았다. 동굴 내부에 법당이 들어선 독특한 사찰은 깊은 산에 숨어 무언가를 지켜내듯 고요하다. 흙내음과 바위의 한기가 어우러진 동굴 속, 맑은 종소리가 맴돌고, 산새 소리마저 은은하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숨이 차오르기보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자연이 주는 평온과 ‘잠깐의 멈춤’이 여행의 의미를 바꿔준다.

 

길을 내려와 강변을 걷는다. 호국의병의숲 친수공원은 넓게 펼쳐진 잔디, 정돈된 산책로, 시원한 강바람이 어울린다. 사람들은 아직 여름의 열기가 지지 않은 이 계절에, 강물에 비치는 노을빛을 바라보며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인다. 해가 저무는 무렵, 노을이 강줄기 위에 퍼지는 모습은 잠시 말을 잃고 바라보는 일상 속 작은 감동이다. 곳곳의 조형물과 쉼터에는,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아이들이 잔디 위를 뛰노는 풍경이 펼쳐진다.

 

의령 구름다리는 소박한 높이지만, 발 아래 흐르는 맑은 물과 맞닿아 산책의 완성을 선물한다. 낮에는 부드러운 바람과 강물 소리가 동행이고, 밤이면 켜진 조명이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다리에서부터 이어지는 강변 산책로는, 마음 깊은 곳에서 천천히 거닐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지역 관광 관계자들은 “의령은 오래된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라며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누구나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고 표현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조용한 자연과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마주할 수 있어 좋았다”, “가벼운 산책에도 위로를 느꼈다”는 공감의 말들이 이어진다.

 

가을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북적임보다 고요함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의령을 향한다. 작지만 깊은 자연과 호국의 기억이 남아 있는 의령에서, 사람들은 ‘쉼’의 진정한 가치를 오래도록 되새긴다. 여행은 끝나도, 그 잔잔한 마음의 온기는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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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일붕사#호국의병의숲